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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가동이 시장 독식"… 캐나다 21조 원 SMR 승부수에 한국 원전 전략 '비상’

G7 최초 2030년 상업 운전 목표… ‘퍼스트 무버’ 실적으로 글로벌 수주 선점 노려
209억 달러 투입에 전기료 인상 불가피… 농축우라늄·방폐물 처리는 여전한 숙제
한국 i-SMR, 기술 우위 넘어서는 ‘인허가 패스트트랙’ 및 공급망 파트너십 시급
캐나다 온타리오 전력공사(OPG)는 다링턴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209억 캐나다달러(약 21조 원)를 투입해 SMR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온타리오 전력공사(OPG)는 다링턴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209억 캐나다달러(약 21조 원)를 투입해 SMR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원전시장의 패권이 대형 원전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로 급격히 이동하는 가운데,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추진하는 세계 최초의 SMR 상업화 프로젝트가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 전략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지 매체 더 나왈(The Narwhal)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온타리오 전력공사(OPG)는 다링턴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209억 캐나다달러(약 21조 원)를 투입해 SMR 4기를 건설하고 2030년 첫 가동을 시작한다는 배수진을 쳤다.

‘레고형’ 조립 공법의 명암… 속도전 앞세운 캐나다의 전략


이번 프로젝트에 도입되는 'BWRX-300' 노형은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커크 앳킨슨 온타리오 공과대학교 교수는 이를 "현장에서 끼워 맞추는 레고 블록 방식"이라 평하며 경제성을 강조했다. 수보 신나탐비 OPG 최고사업책임자(CPO) 역시 "검증된 기술 기반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원전 전문가는 "캐나다 모델은 기존 기술의 점진적 개량형인 반면, 한국의 i-SMR은 완전 혁신 설계를 지향한다"며 "속도를 위해 기술적 혁신을 다소 절충한 캐나다의 전략이 시장 선점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료 인상이라는 ‘청구서’와 에너지 안보의 기로


장밋빛 전망 뒤에는 소비자의 희생이 뒤따른다. 온타리오주는 완공 전 건설 단계에서도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고, OPG는 이미 요금 인상을 신청했다.

1만8000명의 고용 창출과 385억 달러의 경제 기여 효과가 기대되지만, 그 비용은 현재의 소비자가 먼저 떠안는 구조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i-SMR 상용화 과정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사회적 합의라는 동일한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료 자립과 폐기물 처리… 캐나다도 풀지 못한 난제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캐나다도 공급망과 환경 이슈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 2위 우라늄 생산국임에도 SMR 전용 농축 시설이 없어 연료 공급을 미국과 프랑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에너지 주권의 약점으로 꼽힌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역시 뜨거운 감자다. 현재 추진 중인 심지층 처분장 계획에 SMR 폐기물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단위 발전량당 폐기물 배출량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지 크리스티디스 캐나다 원자력협회(CNA) 회장은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으나, 가동 전까지 명확한 처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다.

한국 원전의 선택… ‘더 좋은 것’보다 ‘더 빠른 데이터’


다링턴 프로젝트는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한국 i-SMR에 세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는 규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인허가 패스트트랙’의 제도화다. 둘째는 운영 실적(Track Record)의 조기 확보로, 캐나다가 5년 먼저 운전 데이터를 쌓을 경우 한국의 기술적 우위가 무색해질 위험이 있다.

셋째는 캐나다의 핵심 기기 제작 역량 부족을 공략하는 공급망 틈새 진출이다.

글로벌 SMR 레이스는 실제 가동 데이터를 누가 먼저 쥐느냐의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가 2030년 가동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더 좋지만 늦은 제품'을 파는 형국이 될 수 있다"며 "방폐물과 연료 안보라는 공동의 숙제를 안고 있는 양국이 기술 협력과 공급망 분업을 결합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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