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대법원, 홍콩 CK 허치슨 항만 계약 위헌 판결… 사실상 퇴출 수순
트럼프 행정부 압박 수용하며 ‘일대일로’ 탈퇴 선언… 중국은 “큰 대가 치를 것” 강력 보복 예고
트럼프 행정부 압박 수용하며 ‘일대일로’ 탈퇴 선언… 중국은 “큰 대가 치를 것” 강력 보복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파나마는 운하 양단 항구를 장악해온 중국계 기업을 축출하며 미국의 안보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하는 정교한 ‘줄타기 외교’에 돌입했다.
1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파나마 대법원은 파나마 운하의 양 끝(발보아 항과 크리스토발 항)을 운영해온 중국-홍콩계 대기업 CK 허치슨(CK Hutchison)과의 양권 계약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1997년부터 약 30년간 운하 항만을 관리해온 중국 자본은 사실상 수로 주변 지역에서 철수하게 됐다.
◇ ‘세계의 공장’에서 ‘안보 위협’으로… 변화된 지정학적 환경
이번 사태의 뿌리는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국의 위기감에 있다.
1990년대 CK 허치슨이 항만 운영권을 가져갔을 때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전 세계 주요 인프라를 장악하려 하며, 특히 홍콩이 베이징의 직접 통제권에 들어가면서 CK 허치슨을 중립적인 민간 기업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대만 해협 등에서 군사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 해군 함정은 파나마 운하를 통해 태평양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운하의 관문을 중국계 기업이 통제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었다.
◇ 물리노 대통령의 승부수… ‘계약 위반’ 명분 내세워
호세 라울 물리노(José Raúl Mulino) 파나마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파나마는 그 어떤 나라로부터도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 인프라 운영권을 단일 외기업에 독점적으로 맡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파나마 정부는 중국을 직접 비판하는 대신 ‘불법 행위’와 ‘계약 위반’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감사원장은 허치슨이 부당하게 3억 달러를 취득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는 중국이 차별 대우를 이유로 국제기구에 항의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물리노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맞춰 ‘일대일로’ 구상 탈퇴를 발표했다. 대신 새로운 항만 관리 체계가 확정될 때까지 덴마크의 머스크(Maersk) 자회사에 임시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 중국의 거센 반발… “큰 대가 치를 것” 보복 경고
중국과 CK 허치슨 측은 즉각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CK 허치슨은 지난 2월 4일 파나마를 상대로 국제 중재 절차에 돌입했다. 중국 정부 역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파나마가 향후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편, 중국은 항만 운영권 같은 거대 인프라 직접 개입에서 벗어나 핵심 장비와 시스템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 항구 크레인의 상당수를 점유한 ZPMC와 쿠바·베네수엘라에 제공된 도청 및 방공 시스템 등이 그 예다.
◇ 소국들에게 던지는 ‘생존 모델’의 시사점
전문가들은 파나마의 이번 행보가 강대국 사이에 낀 소국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분석한다.
미국과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여 실리를 챙기면서도,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는 경제적 파국을 피하기 위해 ‘법적 절차’와 ‘계약 준수’라는 기술적 프레임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파나마 운하 이용률 감소나 무역 제재 등의 경제적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파나마가 이 지정학적 파고를 넘고 ‘중립적 물류 허브’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