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미·중 패권 전쟁에 낀 중견국들 '각자도생'…한국·독일·캐나다 '제3지대' 결성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피하고자 캐나다·한국·독일 등 중견국들 무역·안보 독자 결사체 구축
미국식 고립주의와 중국식 권위주의 사이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 강화로 생존로 확보
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주요 공급처로 부상하며 강대국 중심의 2극 체제가 다극화로 전환
한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주요 중견국들은 강대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직접 손을 잡는 '제3지대' 결집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주요 중견국들은 강대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직접 손을 잡는 '제3지대' 결집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심화하며 양국 사이에 낀 '중견국(Middle Powers)'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한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 주요 중견국들은 강대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직접 손을 잡는 '제3지대' 결집에 나섰다.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 규칙이 힘을 잃고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희생되지 않으려는 중견국들이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식탁에 못 앉으면 메뉴에 오른다”…중견국 ‘생존 연합’ 가속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을 가장 앞장서 설파하는 이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다. 카니 총리는 최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견국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식탁의 주인공이 아니라 메뉴판에 오르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국제 질서는 미국이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며 경제·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 중국은 무역 규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신뢰를 저버리는 혼돈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학교 교수는 “세계 각국이 두 가지 탐탁지 않은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중견국들은 강대국 의존도를 낮추는 ‘자원 자립’과 특정 의제별로 뜻이 맞는 국가끼리 뭉치는 ‘맞춤형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공급망 독립 선언한 유럽·캐나다…안보 핵심으로 뜬 한국


경제 분야에서는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이다. 캐나다는 미국 중심의 무역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석유와 가스, 광산 사업 승인을 서두르고 수출 터미널 확충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역시 인도 및 남미 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며 개방적인 통상 질서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불확실한 강대국 정치 대신 규칙에 기반한 협력을 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독보적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과 미국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국방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폴란드는 한국에서 전차를, 발트해 국가들은 자주포를 도입하며 한국을 주요 무기 공급처로 삼았다.
영국과 이탈리아, 일본은 2035년 배치를 목표로 6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 중이며, 영국과 호주는 미국과 함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해관계 충돌과 강대국 종속 탈피의 한계


중견국 연대가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이 처한 환경과 가치관이 달라 사안마다 이해관계가 부딪힐 위험이 크다. 스토미 아니카 밀드너 독일 아스펜연구소 소장은 “중견국들의 서로 다른 이익이 오히려 국제 사회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십 년간 미국과 맺어온 안보·경제 연결고리를 단번에 끊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대서양 동맹을 성급히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은 핵무기가 없고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과의 관계를 급격히 정리하기 어려운 처지다.

메르츠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방문하고 이달 말 중국행을 택한 것도 특정 국가에 대한 종속을 피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중견국들의 움직임이 미·중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견국들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정교한 외교적 줄타기를 이어가느냐가 향후 국제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