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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하나라도 미국산은 안 돼"…인니, 튀르키예 스텔스기 '칸' 도입에 초강수 조건

48대 100억 달러 규모 도입 추진…"ITAR 규제 피하려면 '미국산 제로'가 필수"
현재 시제기는 美 GE 엔진 장착…튀르키예 자체 엔진 개발 완료 때까지 기다린다
과거 금수 조치의 트라우마…"외교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자주국방 원해"
튀르키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칸(KAAN)'이 활주로를 주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칸' 도입 조건으로 미국의 ITAR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미국산 부품, 특히 엔진의 완전한 국산화(튀르키예산)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TAI)이미지 확대보기
튀르키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칸(KAAN)'이 활주로를 주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칸' 도입 조건으로 미국의 ITAR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미국산 부품, 특히 엔진의 완전한 국산화(튀르키예산)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TAI)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칸(KAAN)' 도입을 추진하면서, 기체 내에 '미국산 부품 완전 배제'라는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총 48대,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지만, 미국의 간섭을 원천 차단해 국방 주권을 지키겠다는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군사 전문 매체 인도밀리터리(Indomiliter) 등은 27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정부가 튀르키예 측에 "모든 시스템에서 미국산 구성품이 제거된 경우에만 구매를 진행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허락' 없이 날 수 없는 비행기는 필요 없다


인도네시아가 이토록 강경한 조건을 내건 배경에는 악명 높은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 있다. ITAR은 미국산 기술이나 부품이 포함된 무기 체계를 제3국에 판매하거나 운용할 때,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강제하는 규정이다. 즉, 미국산 부품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가 틀어졌을 때 부품 공급이 중단되거나 운용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매체는 "과거 부품 금수 조치(Embargo)로 인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가 전략 자산이 타국의 외교 정책에 의해 인질로 잡히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방어적 전략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최대 걸림돌은 '심장'…美 GE 엔진 대신 튀르키예 국산 엔진 요구


문제의 핵심은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이다. 현재 시험 비행 중인 '칸'의 시제기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제작한 F110 터보팬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F-16 전투기에도 쓰이는 검증된 엔진이지만, 이는 곧 '칸'의 운용과 수출이 백악관의 정치적 판단에 종속됨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는 이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튀르키예가 자체 개발 중인 국산 엔진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현재 튀르키예 엔진 산업(TEI)은 F110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TF6000/TF10000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가 개발 중인 국산 엔진은 기존 F110과 동등한 추력을 내면서도 레이더 피탐지율을 낮추는 설계와 독자적인 내열 소재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자주국방 향한 인니의 승부수…튀르키예엔 기회이자 시험대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미국산 부품이 없는 '칸'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기술 통제와 정비 주권이 온전히 국가의 손에 있는 최첨단 전투기"를 보유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기사는 "엔진 교체 없이 전략적 행보를 할 때마다 워싱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인도네시아는 원치 않는다"며 "비록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튀르키예산 독자 엔진을 기다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튀르키예 방산 업계에도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엔진뿐만 아니라 항공전자 장비 등 기체 전반에서 완전한 기술적 자립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밀리터리는 "이번 협상은 튀르키예가 독자적인 군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무대이자, 인도네시아가 진정한 '자유롭고 능동적인(Bebas dan aktif)' 국방 비전을 실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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