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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낼테니 전력 달라"... TSMC의 '초강수', 발 묶인 삼성과 달랐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NSTC) 회의서 '전력 공급난·고비용' 성토
2027년 과기 예산 1850억 대만달러 배정... 'AI·넷제로'에 올인
퉁쯔셴 페가트론 회장 "산업용 전기료 인하" vs 로라 호 TSMC 부사장 "공급망 확충 시급"
대만의 TSMC와 페가트론이 정부를 향해 전력 공급 부족과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TSMC는 정부 재원이 부족하다면 기업이 직접 연구개발(R&D)과 녹색 전력(Green Power) 설비 확충에 나서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에너지 안보 위기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대만의 TSMC와 페가트론이 정부를 향해 전력 공급 부족과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TSMC는 정부 재원이 부족하다면 기업이 직접 연구개발(R&D)과 녹색 전력(Green Power) 설비 확충에 나서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에너지 안보 위기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대만 테크 업계의 양대 산맥인 TSMC와 페가트론이 정부를 향해 전력 공급 부족과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TSMC는 정부 재원이 부족하다면 기업이 직접 연구개발(R&D)과 녹색 전력(Green Power) 설비 확충에 나서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에너지 안보 위기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대만 IT 전문지 디지타임스(DIGITIMES)는 지난 23(현지시각) 보도에서 지난 21일 열린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19차 위원회 회의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로라 호 TSMC 수석 부사장과 퉁쯔셴 페가트론 회장이 업계 대표로 참석해 정부 관료들과 에너지 정책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

"정부 돈 없으면 우리가 짓겠다"... TSMC의 절박한 제안


이날 회의의 핵심 화두는 단연 '에너지'였다. 퉁쯔셴 페가트론 회장은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산업용과 일반 소비자용 전기요금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대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전기요금을 잇달아 인상하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업계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TSMC의 발언이다. 로라 호 수석 부사장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재생에너지 공급의 물리적 한계'를 지적했다. 호 부사장은 "대만의 넷제로(Net-Zero) 전환을 가속하고 부족한 녹색 전력 용량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면, 정부 자금이 부족할 경우 TSMC가 관련 R&D와 인프라에 직접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한 TSMC조차 인공지능(AI) 붐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실제로 TSMC2나노미터(nm) 등 최첨단 공정 도입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확보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상황이다.

AI가 불러온 '에너지 보릿고개'... 2030 탄소 감축 '비상'


대만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청원 NSTC 위원장 겸 무임소장관은 이날 업계의 건의 사항을 즉각 수용해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대만은 2005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4%±1%(최근 상향 조정 논의에 따라 28%±2% 목표 거론) 줄여야 한다. 그러나 루페이룽 NSTC 과학기술정책사무국 부국장은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공급망 재편,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기상이변으로 인한 에너지 시스템 불안정성 등 3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올해로 종료되는 기존 넷제로 기술 계획(2023~2026)의 후속 조치로 '() 넷제로 기술 혁신 계획' 초안을 마련했다. 새 계획은 ▲전략 자원의 재활용 및 재사용 ▲기술 검증과 핵심 인프라 관리를 결합한 넷제로 시범 단지 조성 ▲국제 협력 및 기업 인큐베이팅 강화에 방점을 뒀다. 특히 분산형 에너지 관리 시설을 통합해 에너지 소외 지역의 전력망 회복력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했다.

2027R&D 예산 8조5600억 원 투입... 'AI·반도체' 집중 사격


대만 정부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과감한 예산 투입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027년도 과학기술 예산으로 1850억 대만달러(85600억 원)를 배정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우 위원장은 "기초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2026년보다 확실히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로버트 장 NSTC 사무국장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2027년 범부처 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5대 산업 섹터 ▲AI 10대 건설 프로젝트 ▲남부 대만 실리콘밸리 프로그램 ▲칩 기반 산업 혁신 프로그램 등 굵직한 국책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모든 산업 영역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차세대 통신과 스마트 로봇 산업을 육성해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TSMC'에너지 독립선언' vs 삼성전자의 '송전망 딜레마'


TSMC가 정부에 '직접 투자'까지 거론한 것은 한국 반도체 업계도 주목할 사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수급 문제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TSMC가 정부에 "돈은 우리가 낼 테니 전력을 달라"고 요구한 것은 단순한 민원을 넘어선 생존을 위한 '에너지 독립선언'으로 읽힌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처한 한국의 현실과 교차되면서도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두 국가의 반도체 대표 기업 모두 'AI발 전력난'이라는 공통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차이가 감지된다. 대만의 TSMC는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정부의 인프라 부족분을 직접 메우겠다는 '공급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앞두고 한국전력의 송전망 건설 지연과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갇혀 '수요자적 고충'을 토로하는 형국이다.

TSMC는 대만 내 녹색 전력의 대부분을 독점적으로 확보한 데 이어 이제는 직접 R&D와 설비 투자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 후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등을 확대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재생에너지 공급량 부족과 '전력 고속도로'로 불리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건설 난항으로 인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이라는 차선책에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전력이 곧 반도체 수율이자 안보가 된 지금, 에너지 확보 전략 차이가 향후 글로벌 파운드리 패권 경쟁의 승패를 가를 '숨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TSMC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만 내 녹색 전력 생태계 자체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전기를 쓰는 소비자가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의 공급자 역할까지 일부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공급 부족은 반도체 제조 원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대만 정부가 이번 업계 요구를 수용해 2027년 예산 집행과 신규 넷제로 계획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전력 공급 대책을 내놓을지가 향후 TSMC와 대만 테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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