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영업이익률 62%' 독주 속 인텔 17% 대폭락…글로벌 반도체 '극과 극'
삼성전자, 2나노 수율 '40% 미만설'에 "근거 없다" 일축…테슬라 수주로 반전 노려
삼성전자, 2나노 수율 '40% 미만설'에 "근거 없다" 일축…테슬라 수주로 반전 노려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와 나스닥, Wccftech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2일부터 24일(현지시간)에 걸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엇갈린 4분기 성적표와 향후 전망을 일제히 타전했다.
TSMC의 질주, AI가 만든 '이익률 62%'의 기적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거대한 흐름(Megatrend)의 최대 수혜자임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나스닥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4분기 매출 337억 달러(약 48조 96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를 3억 달러(약 4300억 원) 웃돈 수치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급증한 실적이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수익성이다. TSMC의 4분기 매출총이익률은 62%를 찍었다. 1년 전보다 3.3%포인트나 상승했다. 제조업에서 60%대 이익률은 이례적이다. 웨이저자(C.C. Wei) TSMC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직후 "AI 인프라 붐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다년간 지속될 메가트렌드"라고 정의하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호실적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큰손' 고객사들의 주문이 폭주한 덕분이다. 현재 전 세계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칩 시장을 장악한 이들 기업은 제품 생산을 TSMC의 3나노·5나노 선단 공정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나스닥은 "TSMC의 실적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가속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반도체 산업이 과거의 단순한 등락 주기를 넘어 구조적 성장기인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인텔의 추락, 18A 공정 난항에 꺾인 '부활의 꿈'
반면 미국 반도체 부활의 기수를 자처했던 인텔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텔 주가가 23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약 17% 폭락하며 2024년 8월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주가는 장중 한때 44.84달러까지 밀려났다.
쇼크의 원인은 파운드리 경쟁력의 핵심인 '수율(Yield)'이었다. 립부 탄(Lip-Bu Tan) 인텔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수율과 생산 제조 능력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실패를 시인했다. 특히 인텔이 사활을 걸었던 1.8나노급(18A) 공정의 수율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탄 CEO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회복에는 시간과 결단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수년이 걸리는 험난한 여정 위에 있다"고 토로했다. 데이브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새로운 설비 투자가 실제 생산 증대로 이어지는 시점은 2027년이나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적 가이던스도 암울하다. 인텔이 제시한 1분기 매출 전망치는 117억~127억 달러(약 17조~18조 4500억 원)로, 월가 예상치인 126억 달러(약 18조 3000억 원)의 하단에 머물렀다. 맷 브라이슨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결코 좋은 시작이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삼성의 승부수, '수율 40%' 저평가 vs '60%' 반전 카드
TSMC의 독주와 인텔의 추락 사이에서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SF2) 수율을 둘러싼 진실 공방의 중심에 섰다. Wccftech는 해외 투자은행 키뱅크(KeyBank)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수율이 40%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통상 양산 안정화 기준선으로 보는 6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Wccftech는 해당 보도에서 "삼성의 2나노 수율이 이미 50% 수준에 도달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언급하며 키뱅크의 추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을 2나노 공정으로 양산할 계획이며, 테슬라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한 점은 수율이 궤도에 올랐다는 방증으로 꼽힌다.
매체는 "수율이 정말 40% 미만이라면 테슬라 같은 대형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TSMC의 생산 라인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고객사들은 삼성전자를 확실한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TSMC에 주문을 넣으려면 최대 100%의 웃돈을 줘야 할 만큼 병목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율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루머나 추측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라인을 기존 4나노에서 2나노로 전환 중이며, 오는 3월부터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테스트 가동에 돌입한다. 2027년이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26년 반도체 패권, '기술 격차'가 생존 열쇠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 격차가 곧 수익 격차'라는 점이다. TSMC는 압도적인 선단 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AI 칩 시장의 과실을 독식했고, 인텔은 기술 안정화 실패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삼성전자는 그 중간지대에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 엑시노스 2600의 성공적인 양산과 테일러 공장의 2나노 조기 안정화 여부가 향후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은 "투자자들은 AI 거품론을 우려하지만, TSMC의 실적은 이 산업이 실체 있는 성장세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2026년은 누가 더 안정적으로 첨단 AI 칩을 공급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향방이 갈리는 '승자독식'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