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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기술 공짜는 없다"...엔비디아·AMD 최신 칩에 25% '안보 관세'

H200·MI325X 등 AI 핵심 칩 15일부터 즉각 관세 발효
美 데이터센터·연구용은 면제... 中 우회 수출 겨냥한 '이중 포석'
"90일 내 협상하라"... 삼성·SK 등 HBM 공급망도 '폭풍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워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팹리스(설계) 기업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워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팹리스(설계) 기업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워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팹리스(설계) 기업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이는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반도체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강제 이전시키겠다는 '트럼프식 셈법'이 현실화한 조치다.
디지타임스(DIGITIMES)는 지난 14(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를 근거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501분부터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의회의 동의 없이 수입품에 대해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 조항이다.

기형적 구조 탓... "소비는 25%, 제조는 10%


백악관이 공개한 세부 지침에 따르면, 관세 부과 대상은 현재 AI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H200'과 이에 맞서는 AMD'MI325X' 등 고성능 컴퓨팅 칩이다. 특히 'MI325X'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용량을 대폭 늘려 연산 성능을 극대화한 AMD의 야심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안보 위기'를 지목했다. 미 상무부의 232조 조사 결과,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약 4분의 1을 소비하지만, 자국 내 제조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생산 기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상무부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해외 의존도는 유사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치명적으로 위협한다"고 결론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미국이 설계한 핵심 기술이 해외에서 생산돼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거나 제3국으로 팔려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은 정당한 몫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핀셋 규제'로 中 견제... IT 생태계는 보호


이번 관세안은 25%라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되, 그 타깃을 정교하게 설정한 '핀셋 규제' 성격이 짙다. 미국 정부는 ▲자국 데이터센터 구축 ▲연구개발(R&D) ▲스타트업 지원 ▲공공 부문 사용을 위해 수입하는 칩에는 관세를 면제하기로 확정했다. 관세 장벽이 자칫 미국 내 AI 기술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의도다.

반면, 중국 등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물량에는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가 대만 TSMC에서 만든 칩을 미국을 거쳐 중국 등 해외로 보낼 때 발생하는 수익의 25%를 미국 정부가 환수하겠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화웨이 등 중국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수출 통제 완화를 지속해서 요구해 온 데 대한 트럼프식 절충안이다. 전면적인 수출 금지로 기업의 손발을 묶는 대신, 관세를 통해 국부 유출을 막고 중국의 기술 접근 비용을 높이는 실리적 접근을 택한 것이다.

90일의 시한부 협상... TSMC·글로벌 공급망 압박


이번 조치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향후 90일간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대상을 전방위로 확대할 수도, 반대로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한 기업에 혜택을 주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로이터통신은 "반도체를 철강, 자동차, 의약품과 동등한 국가 전략 산업 반열에 올리겠다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제약과 대형 트럭 분야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조건으로 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고 있다. 90일간의 협상 기간, 미국은 대만과 주요 기술 기업을 상대로 미국 내 공장 증설과 기술 이전을 더욱 거세게 압박할 전망이다.

월가 투자은행의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라는 채찍과 투자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동시에 쥐었다""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이제 '효율성'이 아닌 '지정학적 셈법'에 따라 생산 기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진단했다.

국내에 미칠 파장은? "HBM 수요 불확실성 증대... 美 생산기지 구축 압박 거세질 것"


이번 조치는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복합적인 과제를 안겨줄 전망이다. 직접적인 관세 대상은 엔비디아와 AMD의 로직 칩(Logic Chip)이지만, 이들 칩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와 공급망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수요 불확실성이 우려된다. 중국 등 제3국으로 향하는 AI 칩에 25% 관세가 붙으면 최종 가격이 상승해 엔비디아와 AMD의 칩 판매량이 둔화할 수 있다. 이는 곧 H200MI325XHBM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다시피 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문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90일 후'. 트럼프 행정부가 90일간의 협상 이후 '미국 내 제조' 압박 수위를 메모리 반도체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추진 중이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미국 정부는 HBM의 제조 및 패키징 공정 전체를 미국 내로 옮기라고 요구할 공산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칩 제조사(TSMC)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 공급사(삼성·SK하이닉스)에도 '미국 팀에 들어오라'는 강력한 시그널"이라며 "향후 3개월간 진행될 협상에서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실리적인 투자 당근책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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