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그동안 공개적 충돌을 피해 왔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처음으로 정면 대응에 나섰다.
파월 의장이 미 법무부의 형사 수사가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흔들기 위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 간 갈등이 전면으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밤 약 2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형사 기소 위협은 대통령의 선호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해 온 연준의 판단에 대한 결과”라며 “이는 연준이 정치적 통제에서 벗어나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밝혔다. 수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압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 “연준 독립성에 대한 정면 도전”
미국 역사에서 현직 연준 의장이 형사 수사를 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이번 발언은 그간 신중한 화법을 유지해 온 파월 의장의 기존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결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의 표면적 사유는 지난해 6월 의회 증언 과정에서 워싱턴 내셔널몰 인근 연준 건물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했는지 여부다. 문제 된 사업 규모는 25억 달러(약 3조6475억 원)로 알려졌다. 다만 파월 의장은 “건물 공사는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 표적은 금리 정책에 대한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백악관·트럼프는 선긋기
백악관은 관련 질의에 대해 법무부로 공을 넘겼고 팸 본디 법무부 장관 측은 “납세자 자금 남용 여부를 우선적으로 조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소환장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금리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는 파월 의장이 임기 만료 전 사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오는 5월까지지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초까지 남아 있다. 만약 그가 의장직과 함께 이사직을 내려놓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진 공석을 추가로 채울 수 있게 된다.
◇ “물러서지 않겠다”는 파월
파월 의장은 “공직자는 위협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상원이 나에게 부여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워싱턴의 유력 로펌인 윌리엄스앤코널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파월 의장의 이번 대응이 개인 방어를 넘어 시장과 의회를 향해 사안의 중대성을 알리기 위한 판단이라고 전했다. 현직 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 자체가 투자자들에게는 금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정보라는 점에서다.
◇ 연준·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파장
이번 사안은 연준 내부와 금융시장 전반에도 파장을 낳고 있다. 팀 듀이 SGH매크로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이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트럼프의 압박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다른 위원들에게 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고 연준은 지난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 여건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대통령이 금리 정책에 불만을 표한 전례는 있었지만 형사 수사를 거론하며 압박한 사례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연준 독립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이번 충돌은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과정에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며 “차기 후보자들은 대통령의 압박에 맞서 연준의 독립성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라는 새로운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