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기술 집약된 ‘베라·루빈’ 플랫폼…AI 인프라 주도권 굳히기
벤츠와 완전 자율주행 동맹…“올 1분기 미국서 상용화, 오픈 생태계 확장”
벤츠와 완전 자율주행 동맹…“올 1분기 미국서 상용화, 오픈 생태계 확장”
이미지 확대보기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프로세서 루빈을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팅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을 넘어 통신망과 중앙처리장치(CPU)를 아우르는 ‘종합 컴퓨팅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황 CEO는 이날 발표에서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수십억 달러(수조 원)에 이르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스라엘 기술력의 결정체 ‘루빈’, 6개 칩의 유기적 결합
황 CEO가 공개한 루빈 플랫폼의 핵심은 ‘통합’이다. 루빈 GPU는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고 이스라엘 요크네암(Yokne’am) 연구센터가 개발한 5종의 핵심 칩과 결합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 연구센터는 엔비디아가 인수한 멜라녹스(Mellanox)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핵심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최근 공개된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플랫폼 ‘루빈’의 주요 부품 개발을 담당했다.
이 플랫폼에는 △새로운 코어 프로세서인 ‘베라(Vera)’ △NVLink 6 스위치 △ConnectX-9 슈퍼NIC(SuperNIC) △블루필드-4(BlueField-4) DPU △스펙트럼-6 이더넷 스위치가 탑재됐다. 이들은 모두 과거 멜라녹스 인수 이후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R&D센터가 주도해 개발한 부품들이다.
황 CEO는 “이들 통신 칩 덕분에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의 통신 회사로 거듭났다”면서 “프로세서 간 통신 방식을 혁신함으로써 새로운 서버 팜(Server Farm) 건설에 드는 비용 수십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버 팜은 수천~수만 대의 서버를 집적해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자원처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집합체로, 이는 AI 모델 훈련과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 전송 병목현상을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는 의미다.
플랫폼의 명칭인 ‘베라 루빈’은 은하 회전 연구를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한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는 엔비디아가 미지의 영역인 AI 시대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 모델 전략과 자율주행의 진화
이날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기업 라이트릭스(Lightricks)의 새로운 비디오 모델 ‘LTX-2’ 지원을 공식화하며, 개방형 AI 생태계에서 영향력 확대를 예고했다. 이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모델이 자사 하드웨어 위에서 구동되도록 유도해 플랫폼 종속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자동차 산업과의 협업 성과도 구체화했다. 젠슨 황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해 개발한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공개했다. 이 차량에는 자동차 전용 언어 모델인 ‘알파마요(Alpamayo)’가 탑재됐다. 벤츠의 자율주행차는 올 1분기 미국 시장 출시를 시작으로 연내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AI 인프라 시장의 재편과 과제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루빈 플랫폼 공개가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단품 칩’ 경쟁에서 ‘시스템 최적화’ 경쟁으로 바꿀 것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연산 속도만 빠른 칩이 아니라 데이터 이동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체 패키징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엔비디아의 행보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총소유비용(TCO) 절감 요구와 맞물려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루빈 칩 상용화 시점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만큼 실제 매출 기여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스라엘 R&D센터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엔비디아에 강력한 기술적 해자(Moat)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 주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루빈 칩은 현재 생산 단계에 들어갔으며, 전 세계 고객사들은 올 하반기부터 이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하드웨어 혁신이 데이터센터의 경제성을 얼마나 개선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