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5 3개월 만에 4배 폭등, AI 수요에 HBM 생산 집중
2026년 스마트폰 출하량 2.1% 감소…노트북·가전 가격도 동반 상승
2026년 스마트폰 출하량 2.1% 감소…노트북·가전 가격도 동반 상승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메모리 칩 가격 상승이 2026년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를 압박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AI 서버 물량 선점에 범용 메모리 품귀 심화
메모리 가격 급등 속도가 심상치 않다. DDR5(16GB 기준) 가격은 지난 9월 초 6.02달러에서 지난 11월 24.83달러로 석 달 만에 4배 이상 폭등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7일 메모리 가격이 2026년 2분기까지 현재보다 50%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기관은 올해 4분기에만 30%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대형 IT 기업들의 공격적인 메모리 확보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집적회로 유통업체들은 이들 기업이 공급 확보와 부품 비용 상승을 감당할 재정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공급망과 수요 예측, 가격 협상을 선제적으로 진행해 상당량의 공급을 선확보했다"고 밝혔다.
AI 서버 물량이 우선 배정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소비자 기기용 메모리 공급은 뒷전으로 밀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저가형 스마트폰의 부품원가가 올해 초 이후 20~30% 상승했다"며 "중·고가 시장 역시 10~15% 수준의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3사 생산 능력 한계, 가격 상승 장기화
이런 가운데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클린룸과 장비를 우선 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메모리를 생산할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6년 생산 능력 분량이 이미 매진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17일 2026회계연도 전체 HBM 공급 계약을 이미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현지에 건설 중인 보이시 공장이 이르면 2027년 말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간 내 생산 능력 확대 여력이 낮다.
한국신용평가는 "신규 공장 준공과 가동 일정을 감안할 때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HBM 시장이 2022년 27억 달러(약 3조9900억 원)에서 2029년 377억 달러(약 55조8300억 원)로 연평균 4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2026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107조6120억 원으로 상향했으며, iM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93조843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소비자 기기 가격 인상 압력 가중
메모리 가격 급등은 최종 소비자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2.6%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스마트폰 제조원가 상승 폭은 가격대별로 차이가 난다. D램 가격 급등으로 저가형 스마트폰의 부품원가는 약 25%, 중가형은 15%, 고가형은 10%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2분기까지 추가로 10~15% 수준의 비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체들은 노트북 핵심 부품 가격이 수십 달러 오르면 제조 과정에서 비용이 누적되어 최종 소비자 가격은 수십만 원 이상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모리 가격 인상이 다른 부품 조달 비용, 조립 비용, 유통 마진 등과 합쳐지면서 증폭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특히 가격에 민감한 신흥 시장에서 소비자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용 전가와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영향으로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2026년 전년 대비 6.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 3.9%보다 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저가 가격대에서는 스마트폰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비용 전가가 어려울 경우 제조사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일부를 정리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저가 제품 출하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처럼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프리미엄 중심의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사이에서 조정 여력이 제한적인 업체들은 상당한 부담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