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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붐에 메모리값 급등…게임기 가격 인상·출시 지연 우려

지난 6월 5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손님이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스위치2가 담긴 박스를 쥐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5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손님이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스위치2가 담긴 박스를 쥐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게임기와 콘솔 산업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관세 혼란과 소비 둔화로 압박을 받아온 게임기 시장이 가격 인상과 신제품 출시 지연이라는 추가 악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고, 이로 인해 게임 콘솔과 PC 등 소비자용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D램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닌텐도의 스위치2 등 주요 게임기에 필수 부품이다. 그러나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더 높은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PC용 메모리 브랜드 ‘크루셜’ 사업을 축소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꼽힌다.
메모리는 게임기의 로딩 속도와 프레임 처리 등 성능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제조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 게임기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


로이터에 따르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게임기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기는 원래 마진이 크지 않은 구조여서 원가 부담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산업 전문가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요스트 판 드뢰넌 교수는 “메모리는 PC 전체 부품 원가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이 부담은 제조사에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2년 안에 콘솔 가격이 10~15% 추가로 오를 수 있고, PC 가격은 최대 30%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고성능 게이밍 PC 업체 사이버파워PC는 지난달 말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와 중국 레노버그룹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2026년 출시 지연 가능성도 거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올해 말 메모리 가격이 추가로 약 30% 오르고 내년 초에도 20%가량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올해 이미 누적된 50% 안팎의 인상분에 더해지는 것이다.

일부 콘솔 제조사들은 장기 계약과 제품 수명 연장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시장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콘솔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9.7%에서 5.8%로 낮췄고, 내년에는 4.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달 게임 하드웨어 지출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판매량은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세 부담으로 제조 비용이 오른 데다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할 만한 대형 신작이 부족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엑스박스 시리즈 X의 미국 소매가는 약 650달러(약 96만2000원),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는 약 750달러(약 111만 원) 수준이다. 부품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이들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고사양 PC 기반 게임 플랫폼인 밸브의 ‘스팀 머신’ 등 차세대 기기 출시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밸브 측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마케터의 제이컵 본 분석가는 “게임 지출이 전반적으로 둔화될 경우 기업들은 성급한 가격 인상이나 출시를 피하려 할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콘솔 제조사들이 신제품 출시를 늦추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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