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미국 워싱턴 정가를 둘러싼 두 갈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고 미국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하나는 틱톡 미국 사업을 둘러싼 국가안보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른 재무 부담이다. 더스트리트는 이 두 사안이 서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지만 오라클의 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IT 대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글로벌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을 둘러싼 지리한 협상이 최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바이트댄스가 미국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에 틱톡 미국 사업 운영을 맡기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오라클은 보안과 클라우드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 틱톡 미국 합작법인에서 커진 오라클의 역할
이 합작법인은 미국 사용자 데이터 보호와 알고리즘 보안, 콘텐츠 관리에 대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거래는 내년 1월 22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며 중국 관리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을 경우 틱톡을 금지하도록 한 미국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더스트리트는 전했다.
정치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틱톡이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됐다고 언급하며 합작법인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개혁파 중진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 구조가 특정 부유층과 정치권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더스트리트는 “오라클 입장에서는 이 합작 구조가 전략적 승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틱톡의 ‘신뢰 보안 파트너’라는 지위는 오라클 클라우드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고 미국 내 약 1억7000만명의 이용자를 둔 대형 플랫폼의 고가시성 워크로드를 장기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 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140억달러(약 20조7340억원)로 평가된다. 이는 글로벌 틱톡 전체 가치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오라클 클라우드 사업에는 의미 있는 규모다.
◇ AI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드러난 부담
반면 오라클의 AI 인프라 확장 전략에서는 부담도 부각됐다. 미시간주 살린 타운십에 건설 예정이던 100억 달러(약 14조8100억 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주요 금융 파트너였던 블루 아울 캐피털이 참여를 철회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이 시설은 오픈AI의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부채 조건과 상환 구조, 지역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오라클의 장기 임대 부담에 특히 주목했다. 오라클이 향후 15~19년간 부담해야 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관련 장기 임대료는 약 2480억 달러(약 367조2880억 원)에 이른다고 CNBC는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오라클 주가는 한때 약 5% 하락했다.
오라클은 지난해 9월 추가로 약 180억 달러(약 26조6580억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운영 리스까지 포함한 총부채는 11월 말 기준 1240억 달러(약 183조6440억 원)에 달한다. 오라클과 오픈AI의 장기 클라우드 협력이 향후 5년간 최대 3000억 달러(약 444조3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미시간 데이터센터 사업이 여전히 일정대로 진행 중이며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대체 투자자로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더스트리트는 이를 두고 “AI 인프라에 대한 자금 수요는 여전히 크지만 투자 조건에 대한 눈높이는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