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50년 만에 최저 성장" 경고…수출 의존 심화로 글로벌 무역 갈등 고조
2026년 트럼프 회담 앞두고 시진핑 강경 입장 고수 전망
2026년 트럼프 회담 앞두고 시진핑 강경 입장 고수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사상 최대 흑자 뒤 숨은 구조적 모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무역흑자는 1조760억 달러(약 1590조 원)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9921억 달러(약 1469조 원)를 이미 넘어섰다. 세계 어느 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반면 수입은 0.6% 감소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가 크다. 수입 감소는 내수 부진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실제로 11월 소매 판매는 2022년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공장 가동률은 15개월래 최저로 떨어졌다. 부동산 침체는 여전히 가계 자산과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으며, 고용 불안도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충격을 제외하면 50년래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공산당이 목표로 제시한 '5% 안팎'에도 크게 미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달 초 베이징 방문 당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수출에서 성장 동력을 얻기에는 너무 거대하다"며 경제 구조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관세전쟁 이겨냈지만 대가는 컸다
중국은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공세에도 무역흑자를 키웠다. 미국 대상 수출은 18.9% 급감했지만,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로 수출선을 다변화해 타격을 최소화했다. 특히 대아프리카 수출은 28%, 대유럽연합(EU) 수출은 14.8% 증가했다.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 공급망을 무기화해 트럼프 정부로부터 관세 인하와 수출 규제 완화를 얻어내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빅터 시 교수는 "미국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압박했지만 실패했다"며 "이는 시진핑에게 지금까지의 전략이 완벽하게 작동했다는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자신감이 오히려 중국의 경제 구조 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베이징은 내수 진작을 위한 대규모 부양책 대신 제조업 투자 확대와 수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유럽 국제경영대학원의 주톈 교수는 "중국은 이미 불황에 빠졌다"며 "경제가 직면한 하방 압력과 도전은 엄청나다"고 경고했다.
제조업 패권 고수하는 중국, 세계는 긴장
중국 지도부는 제조업 우위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 설립자는 "중국 지도층은 경제력이 첨단 기술이 담긴 물리적 생산물에서 나온다고 믿는다"며 "더 많이 만들수록, 더 많은 기술이 체화될수록 강국이 된다는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국의 제조업 집착은 세계 곳곳에서 반발을 낳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멕시코도 이달 초 중국산 제품 1000여 종목에 최대 50% 관세를 매겼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일 베이징 방문 직후 "중국이 EU와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페티스 연구원은 "국가들이 이웃을 희생시키며 흑자를 쌓으면, 결국 적자국들은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보호무역 확산을 우려했다.
시진핑은 지난 10월 부산에서 트럼프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2026년 4월 중국 방문을 수락했고 하반기에는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조업 중심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크로버는 "시진핑이 내년 트럼프와 만날 때 제조업 우위에 대한 현재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