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자동차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연비 규제 완화 결정에 발맞춰 대형 SUV와 트럭 중심의 전략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향 전환이 미국 완성차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되레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각) 친환경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완성차업체 경영진은 지난 3일 백악관에서 열린 연비 기준 완화 발표 행사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자리를 했으며 이 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강화됐던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대폭 완화한 이번 조치에 따라 이들 기업은 고수익 차량인 대형 내연기관차 생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향후 5년간 소비자 부담이 1090억 달러(약 1조6077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유류비 증가 등을 감안할 경우 실질적 순효과는 240억 달러(약 3540억 원), 즉 가구당 연간 36달러(약 5만31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 대형차 전략 유지하며 전환 기회 상실 우려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은 지난 2020년 4만 달러(약 5900만 원) 미만에서 최근 5만 달러(약 7375만 원) 이상으로 올라섰다.
트럼프 정부는 이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을 연비 규제로 돌리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도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
포드의 경우 자사 판매 차량 중 절반 이상이 5만달러 이상이며 미국 내 매출의 80%가 이 가격대 차량에서 나온다. 특히 F-시리즈 픽업트럭은 전체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차종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평균 연비는 2020년 이후 오히려 악화됐고 포드도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의 기아는 같은 기간 평균 연비가 약 11.9km/ℓ에서 13.6km/ℓ로 향상돼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 “전기차 전환의 마지막 기회 놓쳐”…중국과의 격차 커질 수도
환경운동가 빌 매키번은 “대형 내연기관차 생산에 안주하는 전략은 결국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혁신을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은 오염 차량의 ‘덤핑장’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자동차업계가 친환경차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지만 이들 기업은 미래를 포기하고 단기 수익에 몰두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소속 피터 슬로윅 연구원도 “전기차 전환은 필연적인 흐름이며 이를 주도하는 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최종적인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가격 하락과 기술 효율 개선에 따라 대부분 차급에서 전기차가 2028~2029년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 "국내 수익 모델 의존은 장기적으로 전략적 자해"
블룸버그는 “미국의 3대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대형차 위주의 국내 수익 모델에 안주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미래 성장 기회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이 아시아와 유럽으로 넘어가는 흐름 속에서 미국 업체들이 보호무역과 정치적 유불리에만 매달릴 경우 글로벌 산업 흐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