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표 ‘전기차 강제’ 폐기 공식화… 전문가들 “가격 하락 효과 미미, 소비자 부담만 늘 것”
韓 완성차 ‘하이브리드’ 반사이익 기대 속 K-배터리 ‘숨 고르기’ 불가피
韓 완성차 ‘하이브리드’ 반사이익 기대 속 K-배터리 ‘숨 고르기’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이 매체는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이 차량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연료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시장에 미칠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2031년 연비 50.4→34.5mpg로 뒷걸음… “기술 비용 아끼려다 기름값 더 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이 신차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며 이를 완화해 미국인의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031년 모델의 경량 차량 연비 목표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설정했던 갤런당 50.4마일(약 21.4km/ℓ)에서 34.5마일(약 14.7km/ℓ)로 대폭 낮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친화적 정책이 자동차 제조사에 고비용 기술을 강요해 차값을 올리고 품질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가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출시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평균 연비가 30% 개선되는 동안 연비 규제로 인한 실질적인 차량 가격 상승은 없었다.
오히려 연비 향상으로 2021년 모델 구매자는 2003년 모델 대비 수명 주기 동안 약 7000달러(약 1030만 원)의 연료비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포트는 최근의 차값 상승은 규제 탓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더 크고 비싼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시카 콜드웰 에드먼즈(Edmunds) 인사이트 책임자는 “연비 기준을 낮춘다고 해서 스티커 가격(표시 가격)이 즉각 내려갈 가능성은 작다”며 “설령 차값이 소폭 내린다 해도 낮은 연비 효율 탓에 늘어나는 연료비가 그 절감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전소 부족해 시기상조” 주장… 데이터는 “인프라 개선 뚜렷”
트럼프 대통령은 “충전할 방법도 없는데 전기차를 강요했다”며 바이든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휘발유차 종식 시도’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 아래 보조금 지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왔다.
AP통신이 미국 에너지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재 미국 내에는 23만 2000개 이상의 레벨2 및 고속 충전 포트가 설치돼 있다. 고속도로 1마일(1.6km)당 평균 1개의 고속 충전소가 들어선 셈이다.
물론 서부와 북동부 등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지역에 인프라가 편중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의 ‘충전 불가’ 주장이 과장됐다고 본다.
“규제 풀어야 안전” 논리 vs “공중보건 위협하는 퇴행”
트럼프 행정부의 션 더피 교통부 장관 지명자는 “규제 완화로 차값이 싸지면 소비자들이 첨단 안전장치가 탑재된 신차를 더 많이 구매해 도로 안전이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노후 차량을 신차로 교체하는 주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 긴급 제동이나 차선 유지 보조 같은 첨단 기능은 그 자체로 차량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기존 내연기관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환경단체는 공중보건 악화를 우려한다. 캐서린 가르시아 시에라클럽(Sierra Club) 청정교통 캠페인 책임자는 “이번 조치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차량을 더 오랫동안 도로에 남게 해 수백만 미국인의 호흡기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깨끗한 공기와 공중보건을 해체하는 위험한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韓 완성차 ‘하이브리드’로 웃고, 배터리는 ‘속도 조절’ 불가피
트럼프발(發) 연비 규제 완화는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서로 다른 계산서를 내밀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계에는 단기적으로 ‘호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리한 전기차 전환 압박에서 벗어나, 현재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HEV)와 내연기관차 판매를 늘려 실탄을 확보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며 유연한 대응 체계를 갖췄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는 숨 고르기가 불가피해졌다. 미국 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면 배터리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전동화라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 만큼, 기술 격차를 벌리며 ‘보릿고개’를 넘는 투트랙 전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