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연속 하락에도 정치·소득·주식 보유 여부 따라 경제 인식 극명히 엇갈려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7일(현지시각) 미시간대학교와 컨퍼런스보드의 최신 소비자 심리 조사 결과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정치 성향이 경제 인식 최대 변수
미국인의 경제 인식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백악관 주인이 누구냐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하면 경제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선거 주기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경제에 대해 비관적 평가를 내렸지만, 지난 2020년 말 조 바이든이 당선되자 태도가 급변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미시간대학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경제에 훨씬 높은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집단에서 경제 인식이 악화됐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민주당 지지자나 무소속보다 훨씬 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중산층 타격에 소득 격차 확대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부유한 가구는 휘발유나 식료품 같은 필수품에 소득의 적은 비율을 지출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 시 더 큰 완충 여력을 갖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고 소득층과 다른 계층 사이 소비 심리 격차가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산층 가구의 소비 심리는 지난 7월 이후 17% 급락했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하락폭은 각각 11%에 그쳤다. 이는 중산층이 고소득층처럼 충분한 자산 여력이 없으면서도 저소득층과 달리 정부 지원에서 제외돼 물가 상승과 고금리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소득층은 각종 정부 보조금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중산층은 이런 안전망 밖에 있으면서도 자산 축적은 부족한 상황이다.
주식 보유자들은 자산 효과 누려
주식시장이 올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주식 보유자들의 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4월 초 이후 35%, 연초 대비로는 16% 올랐다. 지난달에는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시간대학의 지난 9월까지 자료에 따르면, 주식을 보유한 미국인들은 자산 증가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20%에 해당하는 주식 보유자들의 심리는 지난 3월 이후 개선 추세를 보였다. 자산 증가가 물가 상승을 충분히 소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해 내내 경제에 대해 더욱 비관적으로 변했다.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60%가 퇴직연금이나 뮤추얼펀드 형태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대졸 학력과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4700만 원) 이상의 부유층이 주식 투자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인종도 영향을 미쳐, 백인 성인의 70%가 주식을 보유한 반면 흑인 성인은 53%, 히스패닉 성인은 38%에 그쳤다.
35세 미만 젊은층만 낙관론 확산
35세 미만 미국인들은 나이 든 세대보다 보유 자산이 적지만 경제에 대해 더 낙관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컨퍼런스보드 자료를 보면, 젊은 성인층의 소비 심리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나이든 세대는 수개월 전보다 악화된 상태다.
경제학자들은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보다 희망적인 이유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임금 상승 추세가 한 가지 설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6~24세 근로자의 연간 소득 증가율은 5.9%로, 전체 근로자 평균인 4.2%를 웃돌았다.
컨퍼런스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나 피터슨은 "35세 미만과 이상 사이 격차가 상당히 크다"며 "젊은이들은 20대라면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거나 건강보험 등 재정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비용 상승으로부터 보호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젊은층은 더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제 인식이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자산관리업체 너드월렛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엘리자베스 렌터는 "평균적으로 소비자 경제 심리가 고통받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물가, 노동시장, 기업 여건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