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사우디, 화웨이 등 中 장비 배제하고 美 반도체 확보...1400조 시장 향한 '기술 혈맹’
삼성·SK하이닉스 HBM 수요 '청신호'...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韓 기업 기회 확대
삼성·SK하이닉스 HBM 수요 '청신호'...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韓 기업 기회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더 레스트 오브 월드(The Rest of World)'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가 UAE의 G42와 사우디의 휴메인(Humain)에 엔비디아의 최신 프로세서인 '블랙웰 GB300' 3만5000개 분량에 달하는 컴퓨팅 파워 구매를 각각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중동 국가들이 중국 거대 기술 기업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대가로 이루어졌으며, 이로써 중동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격전지에서 미국의 확고한 우군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중국과 헤어질 결심"...1조 달러 시장 위한 '혈맹' 맺다
이번 합의는 향후 1조 달러(약 14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중동의 거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다. 핵심은 '미국산 최신 칩 확보'와 '중국산 장비 배제'를 맞바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UAE의 AI 기업인 G42는 중국 화웨이와의 협력 관계를 끊고, 바이트댄스 지분을 처분했다. 사우디의 휴메인 역시 화웨이 장비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인 '칩4'를 넘어 중동까지 아우르는 'AI 기술 동맹'이 구체화했음을 보여준다.
탈랄 알 카이시(Talal Al Kaissi) G42 최고글로벌책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기술 생태계는 이제 미국 및 동맹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에 확고히 닻을 내렸다"며 "모든 운영과 성장은 미국이 승인한 기술과 양자 간의 명확한 규제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들이 확보하게 될 엔비디아의 'GB300'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AI 연산 장치로 꼽힌다. 휴메인과 G42는 이번 승인으로 미국 외 지역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하드웨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운영사로 발돋움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확보한 컴퓨팅 파워를 바탕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의 AI 수요를 선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GW급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천문학적 경제 효과
확보한 칩은 즉각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UAE는 오픈AI(OpenAI), 오라클, 엔비디아와 협력해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인 '스타게이트(Stargate) UAE'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 1단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중동을 글로벌 AI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하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AI 산업은 2030년까지 사우디 경제에 1350억 달러(약 198조 원), UAE 경제에 960억 달러(약 141조 원)를 기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일머니'를 AI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중동의 전략이 미국의 기술력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화웨이는 지난 2023년 리야드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열고 2028년까지 4억 달러(약 58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미국의 조치로 확장이 불투명해졌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역시 클라우드 확장을 노렸으나, 미국산 칩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지난 7월 자사 칩인 '어센드 910B'를 중동 시장에 수출하려 했으나 성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기술 철의 장막'... 새로운 안보 프로토콜 확립
이번 승인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대중국 견제 정책이 깔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중동 방문 당시 걸프 국가들에 대한 첨단 칩 판매 제한을 해제하며 중국의 기술 확장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미국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걸었다. 해당 기업들은 칩의 사용 목적과 보관 장소, 무단 이전 방지 보안 조치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는 워싱턴이 베이징을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전략의 연장선이다.
알 카이시 G42 임원은 "미국 정부의 이번 승인은 우리의 규정 준수 기준과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 개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 반도체·건설엔 '호재', 플랫폼은 '경계'
미국이 중동의 AI 빗장을 열면서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GB300)이 대규모로 중동에 들어가면, 여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분명한 호재다. '스타게이트'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전력 설비와 건설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 '제2 중동 붐'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대목도 있다. 중동이 미국 기술 생태계에 완전히 편입되면서, 독자적인 AI 모델이나 플랫폼을 수출하려던 네이버나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이 선점한 인프라 위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은 단순히 부품 공급을 넘어, 중동의 '소버린 AI(자주적 AI)' 틈새 수요를 파고드는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