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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주식시장 최대 리스크는 '신용시장 붕괴'...빅테크 AI 부채에 주가 '위험'

시티 "회사채 스프레드 2.96%P로 확대...주식시장, 신용 위험 과소평가" 경고
메타·오라클 수백조원 부채 조달로 시장 취약성 급증
미국 주식시장이 11월 반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작 가장 큰 위험은 인공지능(AI) 버블이 아니라 신용시장에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주식시장이 11월 반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작 가장 큰 위험은 인공지능(AI) 버블이 아니라 신용시장에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GPT4o
미국 주식시장이 11월 반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작 가장 큰 위험은 인공지능(AI) 버블이 아니라 신용시장에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12(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주식시장에 내재된 신용 위험과 실제 신용시장 위험 간 격차가 11월 첫째 주 다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슐래터가 이끄는 시티 분석팀은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식시장은 신용 위험을 여전히 안일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주식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업부도 위험과 채권시장에서 실제 평가하는 부도 위험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을 낮게 보는 반면, 채권 투자자들은 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신용시장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거시경제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식 상승세, 신용시장 안정이란 '허약한 전제' 위에


시티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신용도 낮은 기업 채권을 보유하면서 요구하는 추가 금리, 즉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2.96%포인트로 10월 말 대비 1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올해 최저치보다 43bp 높은 수준이다.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블룸버그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지수 스프레드는 927년 만에 최저치인 72bp를 기록한 뒤 약 10bp만 상승하는 데 그쳤다.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바퀴벌레들"이라고 표현한 대출시장 부도 사태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스프레드 확대 폭은 제한됐다.

시티 분석팀은 "주식시장의 가격 상승 모멘텀은 이제 신용시장 위험이 온건할 것이란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이는 국채 금리 급등보다 신용시장 충격에 주식 투자자들이 더 취약해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엑스톨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브라이언 와이젠버거 최고시장전략가는 "신용 스프레드는 시장이 실시간으로 부도 위험과 공포를 평가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 곧 그 기업의 실제 사업 여건도 나빠지는지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척도"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AI 투자 부채 폭증...오라클·메타 수천억 달러 조달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차입이 급증하면서 신용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회사채 스프레드가 최근 몇 주 사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집계 결과 이들 채권 스프레드는 0.78%포인트까지 올라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당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지난달 300억 달러(44조 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완료했다. 이 중 270억 달러(396800억 원)는 채권으로 발행됐으며 금리는 6.58%, 만기는 2049년이다. 올해만 AI 인프라에 최대 720억 달러(10581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인 메타는 특수목적법인(SPV) 구조를 활용해 직접 부채를 늘리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오라클은 더 공격적이다. 지난 9JP모건체이스와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이 주선해 텍사스와 위스콘신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380억 달러(558400억 원) 부채 조달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오픈AI2027년부터 5년간 3000억 달러(4409100억 원)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오라클이 소수 AI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신용 리스크를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의 xAI도 테네시주 콜로서스2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위해 200억 달러(293900억 원)를 조달 중이다. 이 중 125억 달러(183700억 원)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주선하는 사모대출로 조달하는데, 금리는 10.5%에 달한다.

신용 스프레드 급등 시 자사주 매입·배당 타격 불가피


신용시장 긴장이 고조되면 주식시장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시티 분석팀은 "차입비용이 높아지면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위해 영업현금흐름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쓸 자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도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위험 대출시장에서 물러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제 다른 부문에서 자본 공급을 줄여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 실적 전망과 자사주 매입 규모, 광범위한 경제 전망을 기반으로 한 주식 밸류에이션 재평가도 주가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엑스톨로의 와이젠버거 전략가는 "레포시장 동향과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기업 실적 전망을 지켜봐야 신용시장 위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이들 지표가 안정되면 연말까지 주식시장의 상승 경로가 유지될 수 있지만, 정책과 자금조달 여건, 기업 가이던스에 따라 상황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운영하는 단기 자금조달 창구인 레포 시설을 통한 은행 차입도 증가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핌코의 댄 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부채 거래 규모는 과거 어느 신용 사이클보다 크다""경제가 약세로 돌아서면 복잡한 구조가 오히려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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