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급등·물가 부담에 유권자 등 돌려…트럼프 행정부 정책 역풍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선거에서는 경제 문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 후보들이 미국 최대 도시 뉴욕 시장과 버지니아와 뉴저지 2개 주의 새 주지사로 선출됐다.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지방선거가 결국 “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오래된 정치 격언을 재차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뉴욕시에서는 주거비 급등과 대도시 생활비 부담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34세의 민주사회주의자 후보인 조란 맘다니가 시장에 당선됐다.
뉴저지에서는 지난 1년간 전기요금이 20% 가까이 상승하며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버지니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과 셧다운 여파로 급여를 받지 못한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반감이 확산됐다.
해당 지역의 유권자 중 약 3분의 2가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가운데 WSJ에 따르면 출구 조사 기관 SSRS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큰 관심사로 꼽은 사안은 ‘경제’ 또는 ‘생활비 부담’이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이끌었던 경제적 불만 정서가 이번에는 역설적으로 공화당에 역풍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식료품, 교통, 주거비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다 2022년의 인플레이션 정점보다는 완화됐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물가 상승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웠다는 것이다.
고용시장 둔화와 같은 새로운 불안 요인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야권으로 돌렸다.
주식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며 소득 상위층의 소비가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세가 둔화하고, 젊은 세대는 주택시장과 일자리 시장에서 점점 배제되면서 공화당 패배의 단초가 됐다.
특히 뉴욕에서는 시장으로 당선된 맘다니가 내세운 ‘두 속도의 경제(two-speed economy)’ 인식이 유권자들에게 통했다. 그는 “경제가 모두를 위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대형 부동산 소유주와 억만장자를 시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맘다니는 무명 주의회 의원에서 단숨에 시장 당선인으로 도약했다. 그는 생활비 위기를 핵심 의제로 내세운 소셜미디어 중심의 선거 전략으로 젊은 층과 서민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10개월 차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유권자들이 그의 국정 수행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베테랑 정치 분석가 찰리 쿡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화가 나 있다”며 “그 불만이 이번 선거 결과로 표출됐다”고 진단했다.
FT는 내년 미국 의회의 주도권이 걸린 중간선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에 큰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정책 기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고전해 왔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은 어젯밤의 결과를 경고의 사이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 국민은 트럼프와 그의 제멋대로인 정책들, 그리고 부유층만을 위한 경제 정책에 지쳤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