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투자청 출범 후 드러난 인력난·예산 제약…안보보다 지역 일자리 우선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매캐나다 로리에 연구소 시니어펠로우인 리차드 시모오카가 지난 3일(현지시각) 온라인 정론지 '더허브'에 기고한 분석에 따르면 국방투자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난제는 정치 논리가 국방 전략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력은 절반, 권한도 10%…'반쪽 개혁' 우려
국방투자청 출범 직후 드러난 첫 번째 한계는 극심한 인력 부족이다. 시모오카는 "현재 여러 사업에서 필요 인원의 30~50%만 채워진 상태"라며 "특히 업체 선정 이후 실제 사업 추진 단계에서 인력 결핍이 가장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국방부가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은 보안 허가와 군사용 전문 지식,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영불 이중 언어 능력을 요구하기에 민간 부문에서 충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모오카는 "지난 30년의 긴축 기조로 정부가 이들 인력을 키우고 시스템 내에서 유지하지 못했다"며 "이는 세대에 걸쳐 축적된 부족이어서 완전히 해결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 국방부가 동시에 군 인원 확충과 보유 능력 확장을 추진 중인 만큼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예산 90%는 기존 체계에 묶여
국방투자청의 권한도 제한적이다. 시모오카에 따르면 국방투자청의 현재 권한은 1억 캐나다달러(약 1018억 원) 이상의 조달 사업에만 미친다. 이는 국방부의 연간 계약액 가운데 10%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기존 조달 체계에 묶여 있어 국방투자청이 전면적인 시스템 개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캐나다 방위산업, 국산화는 먼 이야기
캐나다 정부가 국방산업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저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시모오카는 "캐나다 방위산업이 캐나다군에 상당한 비중의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적 준비가 부족하다"며 "많은 기업이 기술 지식이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군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부적합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간의 국방비 삭감으로 캐나다 방위산업 생태계 자체가 약해졌다. 이를 다시 일으키려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캐나다군의 즉각적인 현대화 요구는 미국산 무기 시스템 획득으로 흐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스티픈 푸르와 멜라니 졸리…정치가 국방을 장악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 논리의 침투다. 시모오카는 "정부가 방위산업을 국방 역할 증진의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국내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도구로 보려는 유혹이 있다"며 "이는 방위산업의 본래 목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조달담당 국무장관 스티픈 푸르의 F-35 전투기 취소 주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모오카는 "푸르는 군과 국방부 고위 지도부가 F-35가 캐나다 공군 현대화의 핵심이라고 명확히 밝힌 와중에도 지난 몇 개월간 취소 주도를 위해 더 나은 산업 기회와 능력 개선을 명분으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 국제 경쟁에서 F-35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기종이 입증된 사례가 없다"며 "푸르가 미국 포트워스(F-35 생산 거점)에 브리핑을 받으러 가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모오카는 캐나다 산업부 장관 멜라니 졸리의 움직임도 우려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졸리가 국방 투자를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강조하는 것 자체는 그녀의 담당 분야상 당연하지만, 그녀가 스웨덴 회사 사브의 글로벌아이 조기경보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 능력이자 캐나다의 선택 옵션으로 제시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글로벌아이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망과 호환성이 불충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1조 원 사업' 한화 KSS-III vs 독일 Type 212…정치화 시험무대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이러한 갈등이 현실화될 무대가 될 것 같다. 한국 한화오션의 KSS-III(장영실급)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의 Type 212 가운데 최종 선정이 임박했다. 사업 규모는 건조비만 240억 캐나다달러(약 24조4300억 원), 30년 운영 유지보수를 포함하면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5400억 원)에 이른다.
시모오카는 "두 후보 잠수함 모두 해군 고위급 요구사항을 충족하며 능력상 거의 맞먹는다"며 "그럼에도 KSS-III가 Type 212보다 3~5년 빨리 인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자가 잠재적으로 더 나은 경제 효과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국방 능력 격차를 메우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해군이 가동률이 낮은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빨리 바꿀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사업이 경제적 고려에 밀려 지연된다면 캐나다 국방력의 공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국 부담 극복하고 공급원 다변화 추구…악순환 우려
시모오카는 마크 카니 총리가 '미국에서 공급원 다변화'를 내세워 자신의 정치 기반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분석했다. 카니 총리는 국방 예산의 75%가 미국으로 향하는 구조를 비판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시모오카는 "미국을 포함한 역대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국방 부담을 가중하는 요구를 해 왔다"며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를 알고 대대적인 군 증강에 나섰으며 심지어 대규모 미국산 무기 구매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언급한 덴마크는 최근 F-35 16대 추가 획득을 발표했다.
반면 캐나다는 "수십 년 동안 미국과 다른 NATO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 경고를 외면해 왔다"며 현재 국방력 격차는 국내 산업을 키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시모오카는 강조했다.
조직만 재편했을 뿐 근본 문제는 여전
정부가 국방 조달 시스템 개혁에 명목상 나섰지만,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캐나다군의 현대화 필요성과 정치적 이해관계, 미국 관계의 민감성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국방투자청이 과연 실질적 개혁을 주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시모오카의 평가처럼 "더 이상 실제 문제를 풀지 않고 정치·지역 경제 이익만 추구한다면 조직 재편의 모든 이점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정당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