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따로 차린 인공지능(AI) 기업 xAI를 통해 새 온라인 백과사전 ‘그로키피디아(Grokipedia)’를 최근 공개했다.
그러나 이는 “기술로 진실을 고정할 수 있다는 착각이 부른 자충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위키피디아의 편향을 자신이 교정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지만 그로키피디아 자체도 ‘머스크식 편향’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인 셈이다.
제마이마 켈리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2일(이하 현지시각) 낸 칼럼에서 머스크의 그로키피디아를 “인류의 진실 탐구에 역행하는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켈리 칼럼니스트는 “머스크가 전기차·우주·SNS·정치 등 각 분야에 손을 뻗친 끝에 이번엔 ‘진실 자체’를 만들겠다고 나섰다”며 “그의 새 프로젝트는 ‘AI 기반 위키피디아 대체 플랫폼’이지만 결과물은 어설픈 모방품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그로키피디아의 목표는 모든 지식을 포괄하는 오픈소스 백과사전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 데이터를 산화물 형태로 달과 화성 궤도에 저장해 인류 지식의 ‘기초’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켈리는 “진실이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가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며 “불변의 ‘진실’을 우주에 새겨 보존하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으로 인류 지식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머스크는 과거 위키피디아(Wikipedia)를 ‘워크피디아(Wokepedia)’라 부르며 “기존 언론의 선전도구”라고 공격한 바 있다. 그는 위키피디아가 “진보적 편향으로 인해 진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켈리 칼럼니스트는 “일부 문서에 편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간의 집단 편집 과정이 AI보다는 진실에 더 가깝다”고 반박했다.
켈리는 “위키피디아의 공동창립자 래리 생어조차 최근 ‘사이트가 이념적 중립을 잃었다’고 비판했지만 그 역시 머스크처럼 AI 백과사전을 만들자고 한 적은 없다”며 “그로키피디아는 머스크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편향된 정보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FT가 확인한 그로키피디아의 내용에는 극우 성향 인물인 토미 로빈슨을 “시민 기자”로 찬양하는 서술이 포함돼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항목에는 ‘러시아의 탈나치화’ 같은 크렘린식 표현이 등장한다. 일론 머스크와 관련한 항목에는 그의 체중감량(약 9kg)과 단식 습관까지 과도하게 강조돼 있다고 켈리는 밝혔다.
켈리는 “머스크는 위키피디아의 ‘좌파적 편향’을 교정한다며 나섰지만 정작 그로키피디아는 ‘머스크 중심의 진실’을 강요할 뿐다”이라며 “이는 편향을 교정하기는커녕 새로운 편향을 낳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편향적이지만 여전히 AI보다 진실에 가까운 존재”라며 “신뢰가 급속히 사라진 시대일수록 위키피디아 같은 협업형 플랫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