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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찬사를 보낸 한국의 조선업, 1500억 달러 미국 조선업 재건 주도권 확보

미국, 조선업 협력은 '기업 주도·보증 병행' 방식으로 수용
한국과 미국이 3500억 달러(약 49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최종 합의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재건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과 미국이 3500억 달러(약 49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최종 합의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재건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미지=GPT-4o
한국과 미국이 3500억 달러(약 49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최종 합의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재건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는 29일(현지 시각)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한국이 1500억 달러(약 214조 원)를 미국 조선업 재건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같은 한·미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합의는 지난 7월 31일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투자 방식의 전환, 한국 기업이 주도권 확보


김 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약 285조 원)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면서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약 28조 원)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명명된 1500억 달러의 조선업 협력 투자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우리 기업의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가 '우리 기업' 주도로 현금과 정부 보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투자되는 것에 주목했다. 미국은 이 1500억 달러를 포함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가 모두 현금성 투자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세부 합의에서 조선업 협력 투자에 한해 정부 보증분을 인정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31일 합의된 마스가 펀드는 우리 기업이 미국이 원하는 곳에 투자해야 해 부담되는 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세부 합의에서는 우리 기업이 프로젝트를 정해 투자 의향을 밝히면 미국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방식이 바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세 인하와 품목별 우대 조치


관세 부문에서는 상호관세 15% 적용을 유지하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25%에서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 차별화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과 목재 제품은 최혜국대우를 받기로 했으며, 항공기 부품과 복제약 의약품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김 실장은 "쌀·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막았다"고 덧붙였다.

조선업 협력의 실질적 효과 "너무 기대된다"


김 실장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와 관련해 "신규 선박 건조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포함해 우리의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배를 주문하는 선사는 만들어질 배를 담보로 삼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배를 만드는 조선사에 선박 대금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마스가용 1500억 달러로 이런 선박 금융이 가능해지면서 외환시장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선사로부터 선박 수주를 따낼 경우,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이 결국 우리 조선사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발주, 한국 수주 구조가 만들어져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진 중인 한화그룹의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확장이나 HD현대가 도전하는 헌팅턴 잉걸스와의 군함 공동 건조 프로젝트 등이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20억 원)에 인수했으며, 올해 추가로 7000만 달러(약 999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과 시장 전망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주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우리(한·미)는 매우 특별한 관계와 유대를 가지고 있고, 조선업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한국과의 경제·기술 협력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조선업을 여섯 번이나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때 세계 1위였지만 지금은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번창하는 조선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한국과 정말 많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선박 수주액은 136억 달러(약 19조4100억 원)로 중국(126억 달러)을 앞섰다. 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세계 선박 시장에서 '보상총톤수(CGT)' 기준 17~18% 점유율을 차지해 중국(70%)에 이어 2위를 굳건히 지켰다.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30%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제 조선산업을 낯설어하는 미국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한국이 대미 조선업 투자를 주도할 수 있게 된 것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조선업의 시장 규모는 391억1530만 달러(약 55조8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조선업 부흥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 조선업의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5.5%씩 성장해 511억3740만 달러(약 72조9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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