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일본 거쳐 29일 부산 도착…30일 미·중 정상회담서 무역전쟁 출구 찾나
미국 셧다운 25일째에도 순방 강행…전문가들 "포괄 합의 어렵고 긴장 완화 수준" 전망
미국 셧다운 25일째에도 순방 강행…전문가들 "포괄 합의 어렵고 긴장 완화 수준"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말 아시아 순방에 나서 시진핑 주석과 고위험 회담을 한다"며 "수개월간 관세와 수출 통제를 놓고 벌인 보복전으로 높아진 긴장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일본 거쳐 29일 부산 도착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5일간 이어진다.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일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와 회담한다. 이어 29일 부산에 도착해 이재명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고, 30일 경주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다.
USA 투데이는 같은 날 "미국 정부 셧다운이 25일째 접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고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번 순방이 관세로 긴장이 높아진 역내 동맹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중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려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는 것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미중 양국 정상이 한꺼번에 한국을 찾는 것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외교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100% 관세' 위협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은 관세와 희토류 교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지만, 100% 추가 관세를 물리면 중국 수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중국 관세는 지속하기 어렵다"며 "그들도 양보해야 하고 우리도 양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세뿐 아니라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펜타닐 문제까지 포괄 협상을 밀고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 4월 희토류 7종과 희토류 자석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을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 희토류는 자동차 모터, 드론, 미사일, 첨단 전자기기 생산에 꼭 필요한 원료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정제 쪽에서는 90% 이상을 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포드 자동차는 공장 가동을 잠시 멈췄고, 일본 스즈키는 소형차 생산을 멈춰야 했다"고 전했다.
대두·펜타닐도 협상 테이블에
희토류와 관세 말고도 여러 현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9월 미국산 대두 수입을 모두 끊었다. 중국 세관 자료를 보면 중국 구매자들이 201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산 대두를 한 톤도 사들이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펜타닐 단속 협조를 세게 요구할 것"이라며 "중국이 희토류 수출 재개와 대두 구매 확대, 펜타닐 단속 강화를 내놓고, 미국이 관세 낮추기와 기술 통제 완화로 맞받아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과 세계화연구센터의 왕즈천 연구원은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협상해 우호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며 "베이징은 관세를 낮추고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을 미국이 수출 통제하는 걸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둔화 속 양국 모두 협상 절실
양국 모두 협상이 절실하다. 중국 경제는 올해 들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3.4%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았고, 수출 증가율도 7.2%에서 4.4%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정보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로 직접 타격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0.6%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수출 둔화가 국내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역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자동차와 첨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자동차혁신협회(AAI)는 지난 5월 미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생산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커런 중요광물안보프로그램 디렉터는 "미국 기업 대부분은 원자재를 쌓아두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희토류 재고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아 중국의 수출 제한에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포괄 합의보다 긴장 완화 수준" 내다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획기적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브루킹스연구소 존 손턴 중국센터의 라이언 해스 소장은 "이것은 두 선수가 하는 게임인데, 중국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미국을 주변부로 밀어내는 데 관심이 있지, 미국과 중국이 함께 중심에 앉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마크 쇼트 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세계를 모아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매우 성공했다"며 "말은 여전히 세지만 행동은 약하다"고 평가했다.
화난이공대학교의 쉬웨이쥔 연구원은 "양국은 무역 불균형에서 공급망 안보까지 여전히 많은 해결 안 된 분쟁이 있어 당장 APEC에서 포괄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며 "한 번 정상회의로 모든 기술·법률 세부사항을 해결할 수 없고, 협상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데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공정성을 약속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귀 기울일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대비책도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에 미칠 영향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한국에도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79.8%나 되며, 미국은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오래 이어지면 한국 기업들이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 전력설비 제조업체에 "중국산 희토류를 쓴 제품을 미국 방산업체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미국처럼 '제3국 수출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공공 비축과 민간 재고, 대체재 등으로 대응 힘은 확보했다"며 "앞으로 수급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수출 금지 미국 기업 목록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한국의 1, 2위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 과정에서 제3자 수출 통제를 계속 늘리면 우리 기업 수출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워싱턴을 찾았을 때 "더는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시대가 아니다"라며 한국의 외교 기조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APEC 때 열릴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