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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중국 희토류 규제에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공급망 이동

중국, 희토류 12종 수출규제 강화...美 F-35·전기차 비상
미국 정부 지원에 MP머티리얼스 주가 233% 급등
중국이 희토류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희토류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GPT4o
중국이 희토류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MP Materials) 주가는 올해 들어 233% 폭등했고,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새 공급원으로 떠올랐다.
배런스는 지난 24(현지시각) 중국 정부가 오는 121일부터 희토류 수출규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외국 기업이 중국산 희토류를 0.1% 이상 포함한 제품을 수출하거나 중국 기술로 생산한 제품을 거래할 때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17종 희토류 가운데 12종 규제...군사 용도는 전면 불허


중국은 이번 조치로 총 17종 희토류 원소 가운데 12종을 규제한다. 알자지라는 중국이 지난 4월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종을 규제한 뒤 10월에는 홀뮴, 에르븀, 툴륨, 유로퓸, 이테르븀 등 5종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 군사 용도 희토류 제품은 원칙상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요광물안보프로그램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국장은 "이번 규제는 중국이 국방 부문을 겨냥해 내놓은 가장 중대한 조치"라며 "중국산 희토류나 관련 기술이 외국 국방 공급망에 직간접으로 쓰이는 것을 막으려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희토류는 F-35 전투기, 버지니아급과 컬럼비아급 잠수함, 토마호크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같은 첨단 무기 체계에 꼭 필요한 소재다. 미국은 현재 희토류 수요 7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美 희토류 기업 주가 급등...국방부,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 투자


미국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응에 나섰다. 배런스에 따르면 서반구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 주가는 지난 243.5% 올랐고, 올해 들어 10월 초까지 233% 치솟았다. 같은 기간 USA 레어어스(USA Rare Earth)3%, 라마코 리소스(Ramaco Resources)0.5% 올랐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7MP머티리얼스와 4억 달러(5750억 원)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자본 투자, 가격 하한 보장, 신규 생산 물량 구매 보장 같은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는 앞으로 10년간 킬로그램당 110달러(158300) 가격으로 희토류 자석을 사들이기로 했다. 이는 현재 시장 가격보다 약 50달러(71900) 높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 증권가는 MP머티리얼스가 2030년까지 10억 달러(143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5년에는 약 1억 달러(1430억 원) 손실이 예상된다.

베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최근 라마코 리소스를 매수 의견에 목표주가 63달러(9만 원)로 제시하며 "앞으로 정부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마코는 와이오밍주에서 브룩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3개 기업 가운데 MP머티리얼스만 매출을 올린다. 다만 10월 초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위협한 이후 이들 주가는 평균 약 10%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반등했다.

카자흐스탄, 세계 3위 희토류 매장국으로 떠올라


미국 정부는 중국을 대신할 새 희토류 공급원으로 중앙아시아를 주목한다. 배런스는 조셉 엡스타인 요크타운연구소 선임연구원 기고문을 인용해 "중앙아시아가 중국 의존도를 낮출 가장 유망한 기회를 준다"고 전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지난 4월 카라간다주에서 935400t 희토류 매장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카자흐스탄'으로 불리며, 깊이 300m까지 조사했을 때 총 2000t 희토류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카자흐스탄을 중국(4400t), 브라질(2100t)에 이어 세계 3위 희토류 매장국으로 만들 규모다.

이 매장지에는 네오디뮴, 세륨, 란타넘, 이트륨 같은 원소가 들어 있다. 네오디뮴은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에 쓰이는 강력한 영구자석의 핵심 소재로, 전기차 한 대당 약 2kg이 든다.

엡스타인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희토류 공급망의 '지저분한 중간 단계'를 처리할 뜻이 있다""서방 국가들이 환경과 규제 장벽 때문에 꺼리는 채굴과 정제 작업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채굴 산업과 기술을 갖췄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희토류 생산과 가공 기업을 세우라고 지시했고, 우즈베키스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도 탐사부터 정제까지 전체 생산 주기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개발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EU, 중앙아시아에 25억 유로 투자...미국도 합류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중앙아시아 신규 광산과 가공 프로젝트에 25억 유로(41800억 원) 투자를 발표했다. 독일 정부도 카자흐스탄 동부 지역 리튬 채굴과 가공 사업에 5억 달러(72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우라늄 광산을 사들이고 수억 달러를 광산 사업에 쏟아부었다.

미국 기업들도 중앙아시아 진출에 나섰다. 배런스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때 미국 기업들을 만나 중요 광물 협력을 논의했다. 글로벌 광물 거래업체 트랙시스(Traxys)10억 달러(14300억 원) 기본 협약을 맺었고, 콜로라도 광업학교와 함께 새 광업 교육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아클라라 리소스(Aclara Resources)는 지난 242027년까지 미국 첫 중희토류 분리 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루이지애나주에 27700만 달러(398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주 정부한테서 4640만 달러(660억 원)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라몬 바루아 아클라라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우리 프로젝트는 서방 세계에서 유일하다""이온 점토 광상에 직접 닿을 수 있어 상업 규모로 중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는 서방의 유일한 완전 통합 중희토류 분리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미국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공동 추출과 정제 투자를 해서 이 지역이 현지 가공 능력을 키우고 정제된 원자재를 트랜스캐스피안 국제운송로로 서방에 실어나르도록 도울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앞두고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만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만날 것으로 보인다. 22V 리서치의 마이클 허슨과 허우저 송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수출규제를 풀 수 있다""이는 희토류 섹터 주가에 나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휴전 가능성이 높지만, 양측 모두 책략을 쓰고 있다""중국 정부는 희토류 통제의 억지 효과를 바탕으로 워싱턴을 압박할 영향력이 있다고 믿으며,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높은 정치 고통 내성을 지녔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UBS는 보고서에서 "휴전이 이뤄져도 서방의 희토류 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UBS가 산업의 '향신료'라고 부르는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고 평가했다. 희토류는 전 세계에서 쓰이는 절대량은 적지만 현대 기술에 꼭 필요한 원료로 꼽힌다.

배런스는 "미국은 규모 생산을 이루겠지만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매출과 국방부 계약을 가진 MP머티리얼스가 투자자들한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중국의 새 수출규제는 공급 집중 위험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에너지, 자동차, 국방, 반도체, 항공우주 같은 전략 산업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58000t 희토류 자석을 수출했는데, 이는 수백만 대 자동차, 산업용 모터, 항공기 부품이나 수천 개 전략 군사 시스템, 데이터센터, 풍력 터빈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다.

CSIS"미국 국방 산업은 늘어나는 국방 기술 수요를 맞출 생산 능력이 제한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중국은 수출을 막아 미국보다 5~6배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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