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뒤처지자 '성과 조작' 유혹…1위 알리바바 추격의 그늘
런정페이 "무관용 원칙" 천명…'시스템 개혁'으로 신뢰 회복 착수
런정페이 "무관용 원칙" 천명…'시스템 개혁'으로 신뢰 회복 착수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18일, 화웨이 내부 감사조직(紀律委)이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인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BU)에서 성과 '데이터 조작과 재무 관리 위법 행위'가 발생했음을 확인하고, 장핑안(Zhang Ping'an) 실행 이사 겸 CEO에게 3계급 강등, 급여 최대치 감액, '중대 경고(severe warning)' 조치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는 화웨이 내부 규율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에 속한다. 중국 클라우드 시장 1위인 알리바바를 맹추격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성과 부풀리기' 압박이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 사건으로, 화웨이의 지배구조(거버넌스)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장핑안 CEO 외에도 징계는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브루노 장(Bruno Zhang) CTO, 재클린 시(Jacqueline Shi) 글로벌 마케팅과 세일즈 서비스 사장, 캉닝(Kang Ning) 글로벌 생태계 사장 등 다른 최고위급 임원 3명도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각각 2계급씩 강등됐다. 이러한 집단 징계는 화웨이 클라우드의 현안이 단순한 제품 결함이 아닌, 뿌리 깊은 내부 통제와 거버넌스의 총체적인 실패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1위 추격 압박이 부른 '성과 조작'
핵심 통신 사업과 달리, 클라우드 사업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성과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실시간 성과 측정이 복잡하다. 이 사업은 본질에서 경영의 불투명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러한 내부 거버넌스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현실로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화웨이 클라우드는 그룹의 가장 유망한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4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클라우드 사업부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385억 2000만 위안(약 54억 달러)의 견조한 매출을 기록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중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18%로,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이어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문제는 AI 경쟁에서 시작됐다. AI 중심의 클라우드 인프라 경쟁이 격화되면서 선두 주자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진 것이다. 세계 시장조사기관 IDC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AI IaaS(서비스형 인프라) 시장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3%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2, 3위 경쟁사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큰 수치다.
반면 화웨이 클라우드는 10%에 그쳤다. 업계 관측통들은 화웨이 클라우드 내부의 특정 부서들이 이 격차를 메우거나 무리한 성장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성과 데이터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선비용 후성과' 식의 실제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전에 실적을 보고하는 식의 단기 전술이 만연했을 것이며,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조작 추문의 직접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화웨이 클라우드의 진정한 과제가 성장의 '규모'가 아닌 성장의 '질'에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현재 확보한 사용자 기반이 구조가 건전한가?", "컴퓨팅 관련 지표가 실제 서비스 용량을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는가?", "매출 인식이 실제 고객 사용량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내부 성과 보상(인센티브) 시스템이 이러한 성장 품질이라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날 때, 부풀려진 실적과 숨겨진 손실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런정페이 '무관용' 원칙...시스템 전면 개혁 착수
차이나스타마켓(Chinastarmarket.cn), 더 페이퍼(The Paper)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런정페이(Ren Zhengfei) 창업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데이터 조작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번 징계가 "표준 내부 통제 절차"의 일환임을 강조하며, 클라우드 부문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정화 운동(rectification campaign)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클라우드 전 부문을 대상으로 한 내부 감찰과 데이터 관리 및 보고 체계의 완전한 재검증 추진이 포함되며, 이미 다수의 인사 재편이 진행 중이다. 런 창업주는 기업 규율을 "철저히 문서화하고 재발을 방지"한다는 기조를 보였다.
업계 분석가들은 화웨이의 반부패 접근 방식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평가한다. 과거 개별 징계 사례에 집중했던 것(단일 징계 중심)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구조 결함을 해결하는 '체계적 지배구조'(시스템적 거버넌스, 구조적 개선 중심)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또한, 불투명했던 내부 인사조치(비공개 내부 통지) 대신 징계 조치를 '대외에 공개'(공개적 공표)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전략적인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징계 대상이 된 장핑안 CEO는 1996년 입사 이래 통신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용(엔터프라이즈) 운영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경영인이다. 그는 최근까지 화웨이 클라우드의 AI 클라우드,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 AI 에이전트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화웨이의 기업 문화는 개인의 공로보다 '성과의 진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는 점을 이번 중징계가 다시 한번 입증했다.
사실 내부 격변의 징후는 이미 지난 8월 22일 드러났다고 디지타임스는 전했다. 당시 장 CEO는 수천 명의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내부 구조조정 명령을 내렸다. 수십 개의 하위 부서를 통폐합하고, 3개의 기초 계층(레이어: 범용 컴퓨팅, 지능형 컴퓨팅, 스토리지), 2개의 플랫폼 계층(레이어: AI PaaS, 데이터베이스), 1개의 핵심(보안)으로 구성된 새로운 '3+2+1' 체계(프레임워크)를 확립했다. 이 조치는 겉으로는 전략 재정비와 효율성 높이기(제고) 목적이었으나, 실제 조직 내 데이터 관리 구조의 복잡성을 줄이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전환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파급 효과는 상당할 전망이다. 안으로는 단기 조직 혼란과 클라우드 부문의 인사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나, 길게 보면 데이터 투명성과 경영 신뢰성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밖으로는 클라우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에 직면했다. 경쟁사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클라우드 등은 이번 사태를 "시장 신뢰 회복 경쟁"의 기회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화웨이가 단순히 성과지표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신뢰 경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 클라우드 시장 전반의 데이터 신뢰성과 내부 감시 체계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