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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최종 경쟁' 우위…2035년까지 4척 먼저 인도

독일 TKMS와 막바지 경쟁, 12척 규모 2042년 완료…35개 현지 기업 협력망 구축
장보고-III 잠수함 3주 잠항·7000해리 항속력…태평양·대서양·북극해 작전 가능
한화 KSS-III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관점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한화이미지 확대보기
한화 KSS-III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관점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한화
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35개 현지 파트너와 협력망을 짜며 수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 CTV뉴스는 지난 17(현지시간)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최종 경쟁을 벌이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빠른 납기와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26일 캐나다 정부가 한화오션을 적격 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하면서 프랑스 나발 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같은 유럽 방산업체들은 탈락했다. 캐나다는 1998년 영국에서 들여온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바꾸려고 3000t급 잠수함 최대 12척을 사들이는 이번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는 잠수함 건조비만 240억 캐나다 달러(243600억 원)이고, 30년 유지보수를 포함하면 300억 캐나다 달러(304500억 원)를 웃돈다.

납기 능력으로 승부수…2035년까지 4척 빠른 인도


마이클 쿨터 한화 글로벌디펜스 최고경영자는 C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화가 2026년 공급업체로 뽑히면 2035년까지 4척의 새 잠수함을 건네줄 수 있으며, 그 뒤 해마다 1척씩 공급해 2042년까지 12척 전부를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쿨터 최고경영자는 "잠수함 한 척을 짓는 데 드는 돈은 약 20억 캐나다 달러(2조 원)지만, 30년 수명 동안의 유지보수가 계약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한화는 캐나다 파트너들이 이런 장기 투자에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보통 잠수함 계약을 맺은 뒤 넘겨주기까지 9년이 걸리지만, 한화오션은 이를 6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빠른 납품으로 캐나다 잠수함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낡은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유지비용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보유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은 현재 1척만 작동하고 나머지는 부품 조달이 어려워 움직이지 못한다. 이 잠수함들은 거의 40년 됐고 앞으로 10년 안에 수명이 다한다.

35개 현지 파트너와 산업 생태계 만들기


한화오션은 현지화 전략으로 35개 캐나다 기업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쿨터 최고경영자는 "이 규모의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정부가 국방 분야뿐 아니라 캐나다 국민 전체를 위한 산업 이익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우리는 이에 100%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배백은 한화오션과 양해각서를 맺은 기업 가운데 하나다. 토니 마치 배백 캐나다 최고경영자는 "배백은 지금 빅토리아급 잠수함 수리 계약을 맡고 있으며, 한화가 계약을 따내면 KSS-III 함대에 설계 지원과 유지보수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배백 캐나다, 블랙베리, CAE, 커티스라이트 인달 테크놀로지스, 데스 네드헤 그룹, 개스톱스, L3해리스 같은 10여개 캐나다 기업과 팀 협정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 가운데 노바스코샤주에 있는 모데스트트리는 KSS-III 캐나다 초계 잠수함의 디지털 모형 제작 프로젝트를 맡았고, 온타리오주 헵번 엔지니어링은 한국 해군의 차세대 보급함(AOE-II)에 실을 해상보급 장치 공급 계약을 따냈다.

에스프리 드 코르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101~2일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DEFSEC'에서 아크필드, 퀘벡 경제개발청, 카네바스 디자인, 샹티에 나발 포리용, 다포콤 솔루션스, 엑스포, 남부 온타리오 연방경제개발청, 제노아 디자인, 지오스펙트럼 테크놀로지스, 헥서, 이매진 4D, 이노브마린, 인베스트퀘벡, 어빙 조선, 록히드마틴 캐나다, 마르멘, 마레콤스, 노볼렉스, 프레리 경제개발청, 르네상스, SC 테크노, 신트로닉, 텔레노바, 트라이던트 해양시스템, 울트라 마리타임, 뉴브런즈윅 대학교 같은 35개 넘는 기업, 기관과 만났다.

KSS-III 기술 우위와 북극 작전 능력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함께 실어 3주 넘게 잠수한 채 다닐 수 있고 최대 7000해리(12900)를 간다. 이는 태평양·대서양·북극해 전역에서 작전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의 요구를 맞춘 성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은퇴한 한국 해군 제독 출신인 정스티브 한화오션 부사장은 오타와 시티즌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움직이는 KSS-III 잠수함은 캐나다의 모든 요구를 채운다""계약을 맺은 뒤 6년 안에 넘겨줄 수 있다"고 밝혔다.

KSS-III는 중어뢰, 기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어뢰관과 수직발사관을 갖췄다. 또 약 50명의 승무원을 위한 1인 침대와 개인 오락장치, 냉난방 조절 장치를 제공하는 등 거주성도 뛰어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첨단 자동화와 원격 감시로 약 30명의 승무원만으로 온전한 임무 수행이 가능해 사람이 모자라 애먹는 캐나다 해군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KSS-III는 한국 해군이 실제 작전에 쓰는 잠수함과 같은 종류로, 캐나다는 입증된 플랫폼과 확립된 공급망, 검증된 작전과 유지보수 자료를 30년 넘게 받을 수 있다.

마크 카니 총리가 2025년 8월 26일 독일 킬에 있는 잠수함 건조 시설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를 둘러보며 정비 중인 212A급 잠수함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캐나다 언론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카니 총리가 2025년 8월 26일 독일 킬에 있는 잠수함 건조 시설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를 둘러보며 정비 중인 212A급 잠수함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캐나다 언론


TKMS는 캐나다 현지 건조 제안…한화는 유지보수 현지화


CTV뉴스는 독일과 노르웨이 국방장관이 최근 캐나다 의회에 가서 정부를 설득할 예정이며, TKMS 후원자들이 캐나다에서 잠수함을 짓자는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의 제안에는 재래식 잠수함을 캐나다에서 제조하는 내용이 빠졌다. 쿨터 최고경영자는 잠수함을 짓는 기술 이전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지만, 제조 시설을 짓고 숙련 인력을 키우는 데 시간이 걸려 캐나다가 장기간 잠수함 능력 없이 지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쿨터 최고경영자는 "따지고 보면, 캐나다가 오랜 기간 잠수함 전력 없이 지내야 한다""우리는 캐나다 안에서 잠수함을 유지·지원·개량하는 능력을 주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 방한 예정…한국 생산시설 둘러볼 듯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한화오션은 카니 총리의 초청을 받아들여 경남 거제의 KSS-III 생산라인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8월 카니 총리는 독일 킬에 있는 TKMS 생산 현장을 둘러봤지만, 아직 한화오션 시설을 보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우리 잠수함은 한국 해군이 쓰고 있어서 새로 시작하거나 새로 설계하지 않는다""일정표를 확신하고 그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총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의 실제 건조 현장을 둘러봤다. 탑시 총장은 C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공급업체를 정하라고 정부를 재촉했다.

캐나다 공공서비스조달청은 성명에서 "한화오션과 TKMS 모두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의 적격 공급업체로 남아 있으며, 캐나다 초계 잠수함의 제때 인도와 최선의 경제 결과를 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초 문을 연 국방투자청이 최종 공급업체 선정을 맡는다.

폴란드·중동 시장 동반 진출 기대


업계에서는 이번 캐나다 사업 결과가 다른 나라의 잠수함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특히 폴란드가 추진 중인 '오르카 프로젝트'는 잠수함 3척을 들여오는 최대 8조 원 규모 사업으로,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캐나다의 선택이 중요한 참고가 된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해외사업단장은 "한화오션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해군, 국회 같은 곳의 도움 속에 한팀으로 CPSP 사업 수주를 위해 힘썼고, 이번 숏리스트 선정이 바로 그 결과"라며 "·캐나다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는 물론 해군 협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CPSP 사업에서 정부, 국회와 함께 사업 수주라는 마무리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방위사업청 주도로 HD현대중공업과 함정 수출 사업 한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으며,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를 이끌기로 합의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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