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1위 2023년 제재 후 데이터센터 사업 포기…연 34억 달러 시장 경쟁사에 넘겨

로이터통신은 마이크론이 중국 정부 보복 조치로 타격을 입은 첫 미국 반도체 업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5월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중국 내 주요 인프라 운영자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기술 진보를 저해하려는 일련의 억제 조치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마이크론은 중국 밖 지역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중국 고객사 2곳에는 계속 칩을 판매할 예정이며, 이 중 한 곳은 노트북 제조업체 레노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지난 회계연도 중국 본토에서 34억 달러(약 4조 8300억 원)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12%에 해당한다. 마이크론은 중국 자동차와 휴대전화 부문 고객에게도 칩 공급을 계속할 계획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중국 본토에 3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중 약 3분의 2가 칩 패키징 시설 확장을 계속하고 있는 시안에서 일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마이크론 중국 데이터센터 팀이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지만, 이번 철수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中 데이터센터 투자 247억 위안…삼성·SK·中 업체 수혜
마이크론 철수는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 확장 붐에서 완전히 배제됨을 뜻한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중국 정부 조달 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데이터센터 투자는 247억 위안(약 4조9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배 급증했다.
트렌드포스는 이번 조치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중국 현지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제품이 아닌 범용 칩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두 메모리 업체에 중요한 생산 거점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삼성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30~35%가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전체 디램(DRAM) 생산량의 약 35~40%가 중국에서 나올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낸드 생산에서 중국 역할이 더 크며, 2025년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45%가 중국에서 생산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시설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중국 우시에서 디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회사 전체 디램칩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한 2020년 인텔에서 다롄의 낸드플래시 제조 공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美 장비 반입 제한에도 중국 생산 지속
다만 두 업체 모두 미국 압박에 직면해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준 검증필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두 업체는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따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영향을 받는 업체들에 120일 유예 기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생산라인이 곧바로 멈출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이러한 제한이 공정 업그레이드와 장비 교체를 막아 중국 제조 시설 기술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중국 업체들이 범용 반도체 대량생산을 늘리면서 한국 칩 제조업체들 전반 경쟁력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중국 메모리 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CXMT의 디램 생산 능력(웨이퍼 투입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42만 장에서 올해 3분기 72만 장으로 약 70% 늘었다. CXMT 연간 디램 웨이퍼 생산량은 지난해 162만 장에서 올해 273만 장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중국 데이터센터 확장 붐을 놓치면서 경쟁사들에 시장 점유율을 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데이터센터 부문이 금지 조치 영향을 받았다며 사업을 하는 지역 관련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