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미국, 3500억 달러 투자 협상에 새 해법 제시…한·미 관계 '청신호'

정부, '외환보유고 80%' 직접투자는 수용 불가…금융 안정 최우선
10월 말 APEC 정상회담 분수령…상호 이익 원칙 속 최종 타결 주목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수개월간 막혔던 한·미 무역 협상이 중대 기로에 섰다. 지난 7월 양국이 잠정 타결한 무역 협정을 공식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과 관련해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제안을 신중히 살피고 있다고 밝혀, 협상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부 조현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가져왔고, 현재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관세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팽팽한 대치 국면에서 나온 것이어서, 협상 재개를 알리는 좋은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이 예정된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협상 진전의 중요한 기회로 보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쏟을 방침이다.

그간 한·미 양국은 무역 협정의 세부 내용을 매듭짓기 위한 협상을 이어왔으나,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 약속을 두고 생각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미국의 굳은 태도가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우리 측은 애초에 직접 투자, 대출, 대출 보증을 섞는 구조를 제안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갑자기 전액을 직접 투자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외환보유고 80%' 투자 압박…'금융 안정'에 韓 정부 제동


우리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크게 걱정해왔다.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고의 80%를 웃도는 큰돈이다. 이만한 돈이 단기간에 직접 투자 방식으로 빠져나가면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나라의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판단이었다. 이에 우리 측은 외환시장의 충격을 줄일 안전장치로 통화 스와프 체결을 미국에 꾸준히 요청했다. 한국은 투자 방식과 규모에 따른 국내 경제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찾고 있다.

조 장관 역시 국정감사에서 이런 걱정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전액 직접투자는 바로 외환 압박을 불러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해왔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한쪽 말만 내세우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미국이 내놓은 '새로운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액 직접투자 요구에서 한발 물러서 구조에 변화를 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통상 환경…미국의 셈법은?


미국이 기존의 강한 태도에서 물러선 데에는 최근 급변하는 세계 통상 환경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풀기 위해 합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한편, 중국의 새로운 수출규제는 '중대 장애물'이라 지적하며 여러 방향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미 협상은 이처럼 복잡한 미·중 무역 갈등과 맞물려 나아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오랜 동맹인 한국과 무역 문제로 다투는 일이 이롭지 않다는 셈법이 작용했을 수 있다.

이번 투자 계획은 한·미 양국이 맺은 포괄적 무역 협정의 핵심 사안이다. 미국은 이 협정으로, 애초 한국산 수입품에 물리겠다고 위협했던 25%의 높은 관세 대신 1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여기에는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도 포함돼, 협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일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협상이 늦어지더라도 국익을 맨 앞에 두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조현 장관은 "미국만 이로운 협정이 아니라 조선업 같은 분야에서 서로 도우며 상생하는 결과를 위해 우리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하며, "협상이 늦어지더라도 우리 원칙을 지키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달라진 태도를 보인 만큼, 양국이 서로의 처지를 존중하며 슬기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협상 결과에 눈길이 모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