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자동차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17일(이하 현지시각)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그동안 아무것도 내지 않았지만 이제는 15%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품목은 더 많은 관세를 내야 한다"며 "반도체도 그렇고, 의약품도 그렇다. 두 산업은 (자동차보다) 더 높은 이익률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 관세를 예고했고, 의약품에 대해서는 소폭의 관세를 부과한 뒤 1년 내 150%, 이후 25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CNBC 인터뷰에서도 그는 "제약품에는 처음엔 작은 관세를 매기지만 1년 반 안에 150%, 250%까지 올리겠다"고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반도체와 제약품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그는 같은 시기 CNBC와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제약품 관세 발표를 곧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제 조치로 이어졌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 이전 계획이 없는 반도체 기업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들어오지 않으면 관세가 붙는다"며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이전을 약속한 기업은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는 또 "유럽연합은 우리에게 9500억 달러(약 1311조원), 일본은 6500억 달러(약 897조원)를 내고 있다"며 "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내지 않던 기업과 국가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연방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글로벌 관세’ 관련 소송을 언급하며 "우리가 이 사건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