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7조 원 투자에도 "미국 건조비 5배 비싸" 지적…자국산 의무화 현실성 의문

그러나 지난 5일(현지시각) 시트레이드 매러타임(seatrade-maritime)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강제 사용 정책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이 2030년까지 현실적인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고 있으며, 해운업계는 미국의 조선업 복원 계획이 단순한 '꿈'에 지나지 않는다며 강한 회의론을 표명하고 있다.
◇ 현실과 동떨어진 미국의 야심
미국이 자국산 LNG선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다. 현재 미국에서 운항 중인 LNG 운반선은 한 척도 없으며, 마지막으로 건조된 LNG 운반선은 1980년에 취항해 2021년 폐선됐다. 1970년대 매사추세츠에 있던 제너럴 다이나믹스 소유 조선소에서 지은 5척만이 운용됐을 뿐이다.
영국 해운 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의 가스 운송 수석 분석가 프라틱샤 네기(Pratiksha Negi)는 "미국에서 건조된 LNG 운반선 가격은 현재 한국의 일반적인 가격인 약 2억6000만 달러(약 3600억 원)보다 2~4배 더 비쌀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2030년까지 하나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2029년까지는 여전히 한국산이지만 미국 브랜드의 운송업체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완전한 미국 건조 LNG 운반선은 단순한 꿈에 불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의 가장 경험이 풍부한 조선소에서도 174,000㎥급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데 약 30개월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선박 건조에는 2년이 걸리지만, 현재는 수주 증가로 계약부터 인도까지 약 3년이 소요된다.
미국의 구조적 문제는 비용에서도 드러난다. 베설즈밸류(VesselsValue)에 따르면 중국, 일본, 한국 최고급 조선소에서 174,000㎥급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데는 2억5900만 달러(약 3598억 원)가 드는 반면, 미국산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건조 비용은 5억 달러(약 6900억 원)에 이르러 다른 조선소의 8300만 달러(약 1100억 원)보다 약 5배 넘게 높다.
◇ 한화그룹의 과감한 도전과 현실적 과제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 조선업 활성화 계획에 맞춰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한화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을 현재 1~1.5척에서 20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화해운 라이언 린치 부사장은 USTR 규정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이 운영하는 미국 국적 LNG 운반선이 5~7척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오션은 이미 한화필리조선소와 348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조선소로서 계약을 수주한 뒤 한화오션에 하도급 형태로 건조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그러나 현실적 장벽은 여전하다. 필리조선소는 LNG 운반선을 건조한 경험이 없어 건조 시설과 인력을 구성하는 데만 3~4년이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LNG선 건조 경험이 끊긴 미국에서 짧은 기간 안에 고부가가치 LNG선을 짓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드류리의 분석가는 미국의 LNG선 건조가 경제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가스는 항해 거리와 높은 비용 때문에 카타르나 아프리카 LNG보다 유럽 시장으로 운송하는 데 이미 더 비싸다"며 "LNG 운반선이 훨씬 더 비싸면 더 높은 용선료가 필요해 제품 배송 비용이 높아져 프로젝트 경제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가격에 더 민감해 미국의 계획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수요는 2032~2033년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미국 수출업체들이 아시아 시장을 주시하게 되지만 LNG의 더 높은 운송 비용 때문에 아시아 고객들이 카타르와 호주를 포함한 더 가까운 LNG 공급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류리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7000만 톤의 새로운 LNG 용량이 가동될 예정이며, 이는 지난해 LNG 생산량인 8800만 톤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이며 수년간 그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벤처 글로벌(Venture Global)은 전 세계 주문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한국 한화오션에서 5척의 LNG 운반선을 주문했으며, CP2 1단계(1000만 톤)와 플라크마인즈 LNG 2단계(1070만 톤) 확장에 맞춰 12척의 선박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LNG선 자국 생산 의무화 정책은 현실적인 한계와 경제성 문제로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와 높은 비용 구조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