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기업들이 전통 금융 넘볼 기대감, 주식시장 상장으로 현실화”

불리시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11억 달러(약 1조5200억 원)를 조달했고, 상장 첫날 종가는 68달러(약 9만 원)로 공모가 37달러(약 5만 원)보다 84% 올랐다. 회사 가치는 약 100억 달러(약 13조9000억 원)에 이른다. 톰 팔리 불리시 최고경영자(CEO·전 뉴욕증권거래소 회장)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세계 금융 전반에 추진력을 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IPO를 통해 10억5000만 달러(약 1조4600억 원)를 조달했고 상장 첫날 주가가 168% 급등했다. 이 밖에 암호화폐 보관업체 비트고(BitGo)와 거래소 제미니(Gemini) 역시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거래 중인 암호화폐 관련 주식 규모는 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보유 기업, 비트코인 채굴업체,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명한 스테이블코인 법안(일명 GENIUS Act)은 달러 연동 암호화폐에 대한 연방 규제 체계를 마련해 시장 접근성을 확대한 점도 주목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초 자산 실물가치가 현재 시가를 뒷받침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불리시의 지난해 순이익은 8000만 달러(약 1110억 원)에 그쳤고, 올해 1분기에는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FTX 사태 당시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 가치를 훨씬 낮게 평가한 바 있다.
월가는 암호화폐 기업들의 주식시장 상장이 투자자 기대를 반영한다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버블 우려를 내놓는다.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의 중요 축으로 부상할지, 아니면 거품에 그칠지는 앞으로 실적과 규제 대응에 좌우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불리시의 성공적인 상장과 암호화폐 관련 주식시장의 급성장이 금융산업 판도를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현실적인 수익성과 규제 환경 변화가 향후 시장 성패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