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00만 이공계 인재 배출에도 반세기 불신...중국 견제 공동전선 구축 '난항'"
인도-미국 동맹, 반세기 불신의 벽 여전...3조7000억 달러 경제에도 '선택적 협력' 머물러
인도-미국 동맹, 반세기 불신의 벽 여전...3조7000억 달러 경제에도 '선택적 협력' 머물러

◇ 냉전 유산이 남긴 뿌리 깊은 불신
인도와 미국 관계가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근본 원인은 1947년 인도 독립 뒤 형성된 뿌리 깊은 불신에 있다고 세루 교수는 분석했다. 인도는 독립 뒤 이념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소련 쪽으로 기울었다. 소련이 보조금을 받는 무기를 공급하고 인도의 영토 주장을 지지했으며 유엔에서 지원을 제공한 반면, 미국은 파키스탄과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1998년 인도의 핵실험도 양국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과 파키스탄을 포함한 안보 환경의 당연한 결과임에도 미국의 제재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세루 교수는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민간 원자력 협정으로 관계 해빙(解氷)이 시작됐지만 그 돌파구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도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지난 5월 카슈미르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인도 보안군을 노린 조직적 공격을 감행했을 때, 모디 정부는 파키스탄 점령지의 무장세력 기반 시설로 파악된 곳에 정밀 공격으로 맞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명백한 지지 대신 "양측 모두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뉴델리에서 실망스러운 반응을 얻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인도의 러시아 원유 구매에 맞서 미국이 인도 수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도 단순한 무역 다툼이 아니다. 이는 관여와 강압 사이에서 흔들리는 미국의 접근법을 보여준다고 세루 교수는 밝혔다. 인도가 자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권리를 다시 확인한 것은 미국의 요구가 인도의 이익과 어긋날 때 동맹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부각한다.
◇ 경제력 부상에도 제한된 협력 수준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 인구의 고향이다. 해마다 400만 명 이상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졸업생을 배출하며, 이는 미국과 중국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디지털 경제는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1379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인도 태생 인재들이 미국 기술을 재편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와 수많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미국이 전략적으로 거의 관여하지 않는 인도 대학 졸업생들이 운영한다고 세루 교수는 밝혔다.
최근 인도가 미국 기업과 제트엔진·반도체를 공동 생산하려는 움직임은 협력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다. 하지만 예상 가능한 수출 정책과 기술 공유 틀이 없으면 이런 노력은 정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계속해서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고, 중동 지역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며, 세계 경쟁에서 편을 드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세루 교수는 전망했다. 인도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일관성과 존중이다. 집권 행정부에 따라 열정과 무시 사이를 오가는 워싱턴의 움직임은 이러한 인도의 태도에 회의론을 심화했다.
그럼에도 최근 양국 관계에는 긍정적 변화 조짐도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달 13일 양국 정상이 COMPACT(군사 파트너십, 가속화된 상업·기술을 위한 기회 촉진) 전략을 발표하며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도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평가했으며, 모디 총리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와 인도를 위대하게 만들자(MIGA)를 합쳐 거대한 번영 파트너십(MEGA)을 만들자고 제안"(MAGA+MIGA=MEGA Partnership for Prosperity)하며 협력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해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지난 10년간 이어진 인도와 미국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인도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점을 고려해 기존 협력 기조를 여러 분야에서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 파키스탄 정책 전환과 중국 견제 필요
세루 교수는 미국의 파키스탄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은 극단주의를 억제하려고 군대에 자금을 지원해 왔지만 지도자들이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중국은 현재 과다르 항구에서 전력망에 이르기까지 파키스탄의 주요 인프라를 통제하고 있으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더 현명한 전략은 균형을 바꿀 것"이라면서 "전술 보장에 덜 투자하고 성장과 인적 자본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이 단기 안보 조정이 아닌 장기 발전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의 '다중 동맹'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가 선택한 방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 길에는 국방을 위한 러시아 우방, 이란과의 에너지 관계, 이스라엘과의 관계 심화라는 위험 분산 전략이 따른다. 미국에 관해서는 여전히 이상하게 거래적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세루 교수는 평가했다.
이런 균형 잡힌 조치가 인도가 힘을 키우는 일시적 단계인지 아니면 영구적인 "다중 동맹" 교리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 답은 양국이 선택적 협력에서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얼마나 멀리, 얼마나 빨리 나아갈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루 교수는 "인도는 자율성을 존중하고 인도의 부상에 투자하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장기 이익과 민주주의 DNA를 공유하는 동맹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파트너는 뉴델리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영원히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