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수출 규제 완화·틱톡 제재 유예로 대중국 유연 행보…러시아산 원유 수입 탓 인도와는 갈등 격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제 거래를 확대하는 대신,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 미·중 무역 협정, AI 수출 규제 완화로 ‘훈풍’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 의제의 마지막 퍼즐로 꼽는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위해 대만 문제, 첨단기술 수출 제한, 반(反)중국 동맹 강화 같은 기존의 전략 과제를 뒤로 미루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중국에 판매하려 했던 H20 인공지능(AI) 전용 칩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 결정은 미국 내 공화당 강경파가 "중국의 AI 기술력과 군사 역량을 높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사안이다. 백악관은 다른 첨단기술 수출 통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무역 협정을 위한 사전 양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외교를 중시하며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을 ‘값진 도박’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중국의 펜타닐 단속 조치를 “큰 진전”이라고 치켜세우며 시 주석과의 우호적 관계를 부각하고 있다.
◇ 인도에 50% 관세 폭탄…전략 동맹 흔들려
그러나 인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 전쟁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 기업에 기존보다 두 배 높아진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을 중단하고, 고위급 국방 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을 취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번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하며 브릭스(BRICS) 국가 간 결속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디 총리는 이달 말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미국·인도·호주·일본 4개국 안보 협력체 ‘쿼드’ 정상회담을 취소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하는 AUKUS 협정 유지 여부도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틱톡 금지 유예, 대중 정책 유연성 부각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 퇴출을 강하게 추진했으나, 이번에는 초당적으로 통과된 틱톡 매각 또는 금지 법률 집행을 뒤로 미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젊은 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 문제이자 군사적 위협”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는 3차원 체스 게임과 같다. 중국은 강하지만 미국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 200일 만에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며, 미국 산업과 노동자를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접근을 무역 협정이라는 단기 성과를 위해 장기 전략의 일부를 희생하는 ‘고위험·고수익’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이 숨통을 트는 반면, 인도와의 동맹은 시험대에 올랐고, 기존 동맹 네트워크 전반에도 변화가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