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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CATL·파나소닉, 고체 배터리 대신 '리튬이온 고도화' 선택

높은 생산비용·내구성 한계…'꿈의 기술' 상용화 문턱은 높아
기존 리튬이온 성능 개선으로 주행거리·충전 속도 실질적 향상 노린다
'꿈의 기술'로 불리는 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높은 생산 비용과 내구성 문제에 부딪히면서 테슬라, CATL, 파나소닉 등 업계 거인들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개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꿈의 기술'로 불리는 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높은 생산 비용과 내구성 문제에 부딪히면서 테슬라, CATL, 파나소닉 등 업계 거인들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개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로 꼽히는 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두고 업계의 거인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고체 배터리 도입을 당분간 미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세계 1, 2위 배터리 공급사인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이 기술 한계와 양산의 어려움을 이유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토크 뉴스가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대 고객사인 테슬라 역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 개선에 집중하면서, 업계의 전략적 무게추가 '꿈의 기술'에서 '현실 개선'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론상으로 고체 배터리는 완벽에 가깝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500Wh/kg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한 번 충전으로 600마일(약 965km) 이상 달릴 수 있을 정도다. 대만 프롤로지움 등 여러 기업이 제시하는 청사진처럼 빠른 충전 속도와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 높은 안전성은 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대를 키워왔다.

◇ '장밋빛 미래' 이면의 기술적·경제적 장벽

그러나 실험실의 성공을 수백만 대의 차량에 적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업계는 하나의 완벽한 셀이 아닌, 수년간의 진동과 온도 변화 등 실제 주행 환경의 혹독한 조건을 견디는 수백만 개의 배터리를 균일한 품질로 대량 생산하는 것을 핵심 난제로 꼽는다. 특히 고체 전해질의 높은 제조 비용과 배터리 내구성이 전기차 탑재 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테슬라의 핵심 협력사들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파나소닉 최고기술책임자는 "테슬라 차량용 고체 배터리의 조기 상용화는 가능성이 낮다"며 현 기술 수준이 소형 무인기(드론)나 전동 공구에 더 적합한 '틈새 시장용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 역시 "모든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2027년경 대규모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0년 상용화조차 불투명하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 '고체' 기다리기보다 '현재 기술' 고도화 주력

테슬라는 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현재의 리튬이온 기술을 고도화하는 실리 전략을 택했다. 니켈 함량을 높인 양극재를 개발하는 한편, '4680 원통형 배터리'처럼 셀 구조를 개선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여기에 실리콘 음극 등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생산 라인의 대대적인 개편 없이도 용량을 20% 이상 끌어올릴 기술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의 이런 접근 방식은 애플이 최첨단 기능 대신 대중적인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한 '아이폰 SE' 전략을 연상시킨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제 가치를 제공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대부분 운전자의 하루 주행거리가 40마일(약 64km) 미만이라 극단적인 주행거리 확장보다 빠른 충전과 경제성이 더 큰 이익이라는 판단도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한다. 고체 배터리의 잠재력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전력망과 충전기 등 기반 시설 전반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점도 현실적인 과제다.
시장의 관심은 주행거리에서 충전 편의성과 경제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 대다수 운전자를 생각하면, 600마일에 이르는 최대 주행거리보다 15분 안에 450마일(약 724km)을 달릴 수 있는 급속 충전 기술이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관건을 기술 성숙도와 함께 대량생산 역량, 비용, 신뢰성 확보로 보고, 그 시점을 2027년 이후로 전망한다. 당분간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업계는 실용성과 비용 효율성이 입증된 기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구호가 아닌, 시기와 전략이 기술 패권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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