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상대로 잇따라 무역협상에 합의해 미국산 제품의 현지 시장 진출을 대폭 확대하고 양국산 제품에 19%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무역질서를 마련했다고 주요 외신이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인도네시아, 美 제품 관세 99% 철폐…미국은 인도네시아산 관세 32%→19%로 인하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인도네시아 정부와 합의한 무역협상 타결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99% 이상 철폐하고 수입 검역·인증 등 비관세 장벽도 모두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 항공기, 첨단기술 제품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사실상 무관세로 들어가게 됐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해 기존에 예고했던 32% 고율관세를 최종적으로 19%로 낮추기로 했다. 단, 중국 등 비시장국의 부품·원재료가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간 제품에는 최대 40%의 고율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공산품, 첨단기술, 농산물에 대한 99% 관세 장벽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며 “미국 제품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무관세로 진출하지만, 인도네시아 제품은 19% 관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항공기 3억2000만 달러(약 4450억 원), 농산물 45억 달러(약 6조2600억 원), 에너지 150억 달러(약 20조8700억 원) 등 총 340억 달러(약 47조3700억 원)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또 국부펀드 다난타라는 미국 KBR와 80억 달러(약 11조1200억 원) 규모의 정유시설 건설 계약도 추진한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국 기업 진출을 가로막던 로컬콘텐츠 규제와 수출 제한도 대폭 완화하며 애플과 GE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의료기기 수출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 비관세 장벽 철폐·노동권 강화 합의…美 일부 품목 추가 인하 검토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농산물의 사전 검역·인증 의무와 산업광물 수출 제한을 해제하고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 및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인정한다. 또 전자상거래 상품 관세 부과 시도도 중단한다. 노동법 개정 등을 통해 집단교섭권 보장, 강제노동 금지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국내에 없는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추가 인하도 검토한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내달 1일부터 추가 관세 적용을 예고한 가운데 체결됐으며 동남아 주요국인 베트남·필리핀과 유사한 수준의 관세 체계가 적용된다. 양국은 향후 원산지 규정 등 구체적 세부 합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 필리핀, 미국산 제품 무관세…자국산엔 19% 관세…군사협력도 확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산 제품에 대해 무관세, 필리핀산 제품엔 19% 관세를 적용하는 무역협정에 최종 합의했다.
미국은 농산물·공산품 등 모든 품목에서 필리핀산 수출품에 19% 관세를 부과하며 필리핀은 미국산 제품을 무관세로 들여온다. 이번 합의는 최근 상향 조정된 20% 관세보다도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이 다음달 1일부터 예고한 일방적 고율관세를 피하기 위한 협상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핀과의 이번 합의는 미국산 제품의 완전한 시장 접근을 확보하는 것이며 필리핀도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군사협력 확대에도 의견을 모았으며 세부 내용은 추가 협상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