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유럽 수요 급감에 아시아로 쏠리는 카자흐 원유…가격 이점에 韓 정유사도 '사자' 동참

아시아 주력 유종 '무르반'보다 저렴…운임·가격차 변수도 아시아행 부추겨
SK·GS에너지 등 亞 주요 정유사, 8월 선적분 100만 배럴씩 사들여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의 흑해 원유 선적 시설. 유럽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하락한 카자흐스탄산 원유가 이곳을 통해 SK에너지, GS에너지 등 한국 정유사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의 흑해 원유 선적 시설. 유럽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하락한 카자흐스탄산 원유가 이곳을 통해 SK에너지, GS에너지 등 한국 정유사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카자흐스탄산 CPC 블렌드 원유가 유럽 대신 아시아로 방향을 틀고 있다. 유럽 지역 수요가 부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한국 정유사를 포함한 아시아 구매자들이 8월 선적분부터 조달을 크게 늘리며 적극 매수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시아 구매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는 아부다비산 무르반유 같은 아시아 시장의 다른 경질 함황유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실제로 8월 하반기 선적 CPC 블렌드유는 지중해 지역 정유사들의 수요가 약화한 탓에, 전월에 비해 배럴당 약 1달러 가격이 추가로 내리면서 트레이더들에게 차익 거래 기회가 열렸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아시아로 인도하는 CPC 원유 가격은 9월물 두바이유 고시가보다 배럴에 3.50달러에서 4달러 미만 높은 수준이다. 운임 포함(C&F) 기준으로 보면 두바이유보다 배럴에 약 4.70달러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무르반유보다 배럴에 0.7~1.2달러 더 저렴한 셈이다.

CPC 블렌드유가 갖는 가격 경쟁력은 기존 아시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던 무르반유의 공급 감소와 맞물려 더욱 부각된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가 수출 물량 일부를 자국 내 정유공장으로 돌리며 무르반유 가격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정유사 시노펙의 자회사인 유니펙, 한국의 SK에너지와 GS에너지,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등이 각각 최소 100만 배럴의 CPC 블렌드 원유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유가 격차·해상 운임, '기름길' 바꾸다

대서양 연안 유종의 아시아행을 부추기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동산 기준유인 두바이유와 브렌트유의 가격 차가 줄면서 대서양 원유가 아시아에서 더 매력적인 상품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LSEG 자료를 보면, 브렌트-두바이 선물 스왑 가격(EFS)은 이번 주 목요일 종가 기준 배럴에 1.60달러를 밑돌아 지난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스파르타 커모더티스의 준 고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동-중국 항로의 초대형 유조선(VLCC) 운임이 오른 점도 카자흐스탄, 미국, 브라질에서 들여오는 '차익 거래용' 원유와 비교해 걸프산 원유의 비용 부담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익 거래용 원유와의 경쟁을 막으려면 현물 아라비아만(AG) 시장의 추가 가격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 격차와 해상 운임 변동 같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 다음은 미국산 원유?…아시아 시장 주목
CPC 블렌드에 이어 미국산 원유 역시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MEH(Midland-to-East Houston)로도 부르는 이스트 휴스턴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웃돈(프리미엄)이 2주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트레이더들이 아시아로의 운송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현재 북아시아 인도분 WTI는 9월물 두바이유보다 배럴에 약 5달러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된 가격은 무르반유보다 조금 비싼 수준으로, 앞으로 추가 거래 움직임도 관측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