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공개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테슬라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각종 보조금 지원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핵심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데이터·포렌식팀 분석을 인용해 “미국 연방 및 주정부의 보조금 중단은 테슬라의 수익성과 기업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전면 축소를 골자로 한 지출법안에 서명했다.
◇ 수익 절반이 보조금…“빼면 적자 전환”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71억 달러(약 9조8300억원)의 순이익 중 28억 달러(약 3조8700억원)를 규제 크레딧 판매로 벌어들였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 생산 목표를 맞추기 위해 크레딧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에 큰 혜택이 집중됐다.
올해 1분기에도 테슬라는 순이익 4억900만 달러(약 5665억원)보다 많은 5억9500만 달러(약 8235억원)를 이 크레딧으로 벌어, 사실상 보조금 없이는 적자 상태인 셈이다. 전체 매출은 980억 달러(약 135조6300억원)였으며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이 720억 달러(약 99조7200억원)를 차지했다.
◇ 트럼프 “머스크,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 받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론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인물일 것”이라며 “보조금이 없다면 남아공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백악관 앞 기자회견에서도 “머스크는 전기차 의무화가 폐지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테슬라 차량 구매 시 소비자에게 제공됐던 7500달러(약 1040만원)의 연방세금 공제를 폐지했고 전기차 의무 생산 비율을 강제하던 캘리포니아주의 권한도 무효화시켰다.
해당 세금 공제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 63만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7억 달러(약 6조5100억원)에 달하는 지원 효과였다.
◇ 테슬라 투자자들 “이제는 리스크”…주가 반토막
일부 초기 투자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테슬라 초기 투자자이자 자산운용사인 거버카와사키의 로스 거버 대표는 “머스크가 정치와 기업을 섞으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며 테슬라 주식과 사이버트럭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올해 초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이후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사실상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2024년 12월 1조5000억 달러(약 약 2077조7500억원)에 육박했던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올해 3월 중순까지 급락한 뒤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3분의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 보조금 줄고 경쟁 심화…中 비야디에 역전
경쟁 심화도 위기 요인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독일·프랑스·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친트럼프 행보에 반발해 테슬라 불매 움직임이 퍼졌고 올해 1~4월 판매량은 독일 58%, 프랑스 44%, 호주 62% 급감했다.
테슬라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자율주행차 ‘로보택시’도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범 운행 도중 사고가 잇따라 도로안전국(NHTSA)의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잠재력 믿는다”는 낙관론도 여전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머스크의 혁신성과 인공지능(AI) 기술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조금이 테슬라 성장의 뿌리인 건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술력과 혁신이 핵심”이라며 “엔비디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혁신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버 대표는 “사이버트럭이 마음에 들지만 지금 그 차를 운전하고 나가면 사람들이 테슬라를 너무 싫어해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