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외환 시장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을 잃을 경우 추가적 엔화 약세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블룸버그가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일본 연립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비선거구 의석을 포함해 과반수를 밑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여당이 소수당으로 전환되면 총리 사임이나 연립 재편 등 현 일본 정권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소비세 감세 등의 정책에 반영될 경우 재정 지출 확대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우려로 인해 16일 엔화 환율은 달러 대비 일시적으로 149엔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 세부 사항을 발표한 4월 2일 이후 처음으로 150엔에 근접했다.재정 불안으로 일본의 장기 금리는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반면, 정국 불안이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며 통화 옵션의 콜(매수 권리)과 풋(매도 권리)의 예상 변동률 차이로 계산되는 달러-엔 리스크 리버설 1주일물은 15일 약 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기도 했다.
SBI 리퀴디티 마켓 우에다 마리토 금융시장 조사부장은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 시 엔화는 매수되지만, 이번에는 '악재성 금리 상승'으로 일본 주식과 채권, 엔화가 동시에 매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민당의 지지율이 더 악화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 참의원 선거 전에 150엔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으며, 실제로 여당이 과반수를 잃으면 “152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8일 기준 투기 세력의 엔화 롱 포지션(매수 보유량)은 4월 초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다.
미즈호 증권 오오카와 쇼기 수석 데스크 전략가는 여당이 과반수를 크게 밑돌 경우 2월 이후 수준인 155엔까지 엔화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재정 지출 확대에 따라 엔화와 금리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상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리스크의 부상 이전부터 일본의 무역 적자와 경제 성장 둔화를 배경으로 엔화는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안전 자산으로서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를 바탕으로 블룸버그가 추산한 결과, 올해 1~3월 세계 외환 준비금에서 엔화에서 스위스 프랑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대규모 이동이 발생했다.
반면, 예상보다 불리한 여론을 뒤집고 자민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한다면 엔화가 반등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미즈호 증권은 이 경우 엔화가 144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8월 1일 미국 수출품에 25% 관세 부과 유예 기한이 다가오고 있어, 계속해서 한미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환율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소니 파이낸셜 그룹 이시카와 쿠미코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일·미 통상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과반수를 유지한다면 안도감으로 엔화 강세로 기울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초점은 일·미 협상 행방으로 옮겨질 것이기 때문에 엔화 상승은 일시적인 움직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