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자 색출·충성 확인”…미국 안보기관, 내부 불신 심화

◇ FBI·국방부·국토안보부, 거짓말 탐지기 검사 확대…“충성까지 점검”
FBI는 최근 고위 요원들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진행해 언론에 정보가 흘러나간 경위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요원에게는 캐시 파텔 국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적이 있는지까지 묻는 등 ‘충성 테스트’ 성격의 질문도 포함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파텔 국장과 부국장 댄 봉지노가 FBI 책임자로 임명된 뒤, 경력직 요원들과의 갈등이 커졌고, 많은 고위 요원들이 재배치되거나 행정 휴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FBI만의 일이 아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비서실장이었던 조 캐스퍼는 지난 3월 메모에서 “정보 유출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폴리그래프 검사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조사는 권력 다툼으로 번졌고, 캐스퍼 본인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토안보부도 이민세관단속국(ICE) 급습 전, 누가 정보를 흘렸는지 찾기 위해 직원들에게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실시했다. 로이터는 “연방정부 산하 여러 기관이 신뢰도가 낮은 폴리그래프 장치를 비교적 작은 유출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FEMA 직원들은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이 참석한 회의 내용 일부가 외부에 공개된 뒤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았다.
◇ 국가정보국, 이메일·채팅 대량 감시…AI로 ‘딥스테이트’ 색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툴시 가바드 국가정보국장(DNI)이 이끄는 신설 부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에 반하는 직원들을 찾기 위해 미국 첩보기관 전체의 이메일과 채팅 기록을 모아 분석하고 있다.
이 부서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량 데이터를 분석, 내부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바드 국장 측은 “진실을 밝히고, 미국인에 대한 정보의 정치화와 무기화 관행을 끝내는 것이 임무”라고 설명했다. 가바드 국장은 “이전 지도부 아래서 정보가 ‘정치화’되고 ‘무기화’됐다는 점을 거듭 비판했다”고 밝혔다.
가바드 국장은 지난 4월, 여러 유출 사건을 범죄 수사를 위해 법무부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그는 “딥스테이트 범죄자들이 대통령의 정책을 약화시키려고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광범위한 내부 감시와 충성 검증이 미국 정보기관 내 불신을 더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내부 불신 구조화…“정부 직접 운영하지만, 신뢰는 약화”
백악관 애나 켈리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전체가 작전 보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노력이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켈리 대변인은 “언론에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1급 기밀을 유출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를 직접 운영하면서도 내부 신뢰는 오히려 약해졌다는 해석이 많다. 연방기관 내부에서는 “충성 검증이 오히려 조직 내 갈등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미국 정보기관의 전통적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