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추격" 현대차, 650마력 전기 스포츠카·620km SUV 한번에 공개
개발비 30% 줄이는 'IMA' 플랫폼으로 전기차 대전환 나선다
개발비 30% 줄이는 'IMA' 플랫폼으로 전기차 대전환 나선다

현대차는 최대출력 650마력을 내는 고성능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N'을 영국 굿우드 스피드 페스티벌에서 세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모델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2초 만에 올라가며 최고속도는 시속 257km에 이른다.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능동 서스펜션, 첨단 공기역학 설계를 써서 서킷 주행에 맞춰 만들었다.
특히 아이오닉 6 N에는 전기차에서 기어 변속감을 흉내내는 'N e-Shift' 시스템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N Active Sound+' 기능이 들어간다. 백조 목 모양 뒷날개와 넓어진 휠 아치, 새로운 '퍼포먼스 블루 펄' 페인트로 스포츠카다운 모습을 강조했다.
동시에 현대차는 길이 5.06m, 폭 1.99m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를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토쇼에서 처음 선보이고 정식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110kWh 배터리를 달아 국제표준 WLTP 기준 최대 620km를 달릴 수 있으며, 800V 고전압 구조를 통해 10%에서 80%까지 24분 만에 빠른 충전이 된다. 15분 충전으로도 304km를 더 달릴 수 있다.
◇ 차세대 통합 구조 'IMA'로 개발 효율성 30% 높여
현대차의 이번 신모델 공개는 차세대 통합 모듈러 구조(IMA·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도입과 깊은 관계가 있다. 기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발전시킨 IMA는 2025년 말부터 현대차·기아·제네시스 3개 브랜드에서 최소 13개 전기차 모델에 쓸 예정이다.
IMA 플랫폼은 공통 부품 사용과 늘일 수 있는 구조를 통해 개발 시간을 최대 30% 줄이고 전체 플랫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표준화된 배선 시스템과 공유 모듈을 써서 작은 해치백부터 대형 SUV, 고성능 세단, 픽업트럭까지 다양한 차종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IMA에는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이 들어가 소프트웨어 개발이 간단해지고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한 성능 개선이 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차량의 주행 성능이나 주행거리를 다운로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9는 최대 7명이 탈 수 있는 3열 구조로 6인승과 7인승을 고를 수 있다. 2열에는 회전이 되는 릴랙스 시트가 들어가고, 터널이 없는 평평한 바닥 덕분에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V2L(Vehicle to Load) 기능으로 외부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 전고체 배터리·상용차 플랫폼으로 시장 영역 넓혀
현대차는 IMA 플랫폼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부에서 '드림(Dream)' 라인으로 부르는 이 프로젝트는 더 빠른 충전 속도와 높은 에너지 밀도, 나아진 안전성을 목표로 한다. 전고체 배터리가 실용화되면 10년 말까지 아이오닉 5N과 EV6 GT의 뒤이은 모델이 400마일(약 644km) 이상 달리면서 15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대차는 상용차 전용 플랫폼 'E-GMP.S'를 통해 셔틀, 배송 밴, 승차 공유 차량 등 목적 맞춤 차량(PBV·Purpose Built Vehicle) 시장에도 뛰어든다. 이미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플랫폼은 모듈식 캐빈 구성과 빠른 개조가 된다.
작은 전기차 부문에서는 중국에서 800V E-GMP 변형을 쓴 현대 엘렉시오(Elexio)를 공개했으며, 기아는 3만 5000달러(약 4700만원) 미만의 저가형 전기 컴팩트카 EV3를 내놓았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도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려 한다. 미래의 아이오닉과 전기차 모델을 만들 조지아에 넓은 공장을 가지고 있어 관세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구매자들이 전기차를 고를 때 인센티브를 찾는 가운데 미국에서 만든 EV9 같은 차량은 해당 분야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9는 스페인에서 6만 9900유로(약 10만 달러·1억 3000만원)부터 팔리며, 뒷바퀴굴림 사양(218마력)과 네바퀴굴림 사양(435마력)을 고를 수 있다. 최고사양 모델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2초 만에 올라간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행보를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과 상품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부터 대형 패밀리카까지 폭넓은 라인업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들과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