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금지된 화학무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확인됐다고 네덜란드와 독일 당국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방부는 자국 군사정보기관(MIVD)과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러시아가 드론을 활용해 전장 참호 속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질식제를 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병력을 밖으로 유인해 사살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루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부 장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이 더욱 정례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전쟁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이는 러시아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집행이사회와 같은 국제기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군사정보국의 피터 레신크 국장은 “러시아는 단순한 현장 즉흥 수단이 아니라 대규모 프로그램 차원에서 화학무기를 체계적으로 생산·사용하고 있다”며 “화학전 전문가를 모집하고 관련 연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독립적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레신크 국장은 특히 러시아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사용했던 질식제인 클로로피크린을 유리병이나 전구에 채운 뒤 드론으로 투하하거나 최루탄에 이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화학물질은 피부·눈·호흡기에 심각한 자극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구토와 호흡곤란, 내부 화상을 유발할 수 있어 OPCW가 금지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독일 정보기관 BND도 “해당 정보는 네덜란드와의 공조 하에 확보됐다”고 밝혔다.
브레켈만스 장관은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최소 3명이 사망했고 250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관련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사례가 9000건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헤이그에 본부를 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아직까지 어느 국가로부터도 공식 조사 요청을 받지 않아 독립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OPCW는 지난해 양측의 상호 고발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