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기대로 달러 매도세 강화...중동 긴장 완화도 매도 '빌미'

미국 달러화가 25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유로화와 파운드화 대비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상승하는 등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등 통화정책에 투자자들이 다시 주목하면서 달러화는 엔을 제외한 주요 통화 대비 하락했다.
달러화는 지난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강세를 보였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 합의 소식에 지난 23~24일 양일간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달러화는 이날 유로와 파운드 대비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43% 상승해 1.1658달러로 2021년 10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도 0.33% 올라 1.3659달러로 2022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달러 약세를 주도했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의회 증언 이틀째 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보다는 발언 수위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파월은 전날에도 "관세가 없었다면 연준이 아마도 금리 인하를 계속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뉴욕지점의 스티브 잉글랜더 글로벌 G10 외환 및 북미 거시 전략 총괄은 로이터에 "파월의 이날 발언은 지난주 연준 회의 후 언급한 것보다 더 완화적"이라며 "이제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의사는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비둘기파적' 행보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서는 현재 연말까지 62bp(0.62%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했다. 이는 지난 20일 월러 이사의 발언 전 약 46bp에서 인하 가능성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첫 금리 인하는 9월로 가격에 완전히 반영된 상태다.
토론토 소재 환율 전략업체 코페이(Corpay)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을 ‘초가을 금리 인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는 주요 통화 중 일본 엔화 대비로는 0.18% 상승해 145.17엔을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이 이날 공개한 6월 통화정책회의 요약분에서 미국의 관세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
다만 위원 중 한 명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더라도 금리를 단호하게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물가 압력에 대한 중앙은행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