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BOR 0.5%로 3년 만에 최저…미국 SOFR과 3.8%p 격차
캐리 트레이드 위축으로 유동성 증가…부동산 시장 기대감 고조
캐리 트레이드 위축으로 유동성 증가…부동산 시장 기대감 고조

홍콩 은행간 오퍼 레이트(HIBOR)는 현재 약 0.5% 수준으로,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기준 금리인 SOFR(담보부 익일물 금융 금리)은 4.3% 범위에 머물러 있어 양국 간 금리 격차는 약 3.8%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연준이 SOFR 데이터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최대 격차다. HIBOR는 지난 한 달간 약 3%포인트나 급락했으며, 이러한 격차가 한 달 이상 지속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번 금리 급락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5월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외환시장 개입이었다. 5월 초 홍콩 달러가 달러당 7.75홍콩달러의 상한선에 도달하자, HKMA는 1294억 홍콩달러(165억 달러) 규모의 미국 달러 매각 개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금리가 급격히 하락했다.
홍콩은 통화위원회 제도를 통해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에 연동시키고 있다. 페그 시스템 하에서 홍콩 달러는 미국 달러당 7.75~7.85 범위 내에서 변동할 수 있으며, 상한선이나 하한선에 도달하면 HKMA가 개입해 통화를 설정된 범위 내로 유지한다.
홍콩의 정책금리인 기준금리 역시 미 연준의 정책금리와 연계되어 있지만, 시장금리인 HIBOR와 미국 은행간 금리의 격차는 예상과 달리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BNP파리바의 중화권 통화 및 금리 전략 책임자인 왕주(Wang Ju)는 미국 달러에서 멀어지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모멘텀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현재와 같은 금리 격차는 투자자들이 저금리 홍콩 달러를 빌려 고수익 미국 달러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급증으로 이어져야 한다.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지면 홍콩 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해 금리가 상승하고 미국과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여전히 작아 유동성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은행의 정산계좌 잔고는 현재 1700억 홍콩달러를 넘어서며, 이는 개입 전의 거의 4배 수준이다. 이러한 풍부한 유동성이 금리 하락을 지속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및 무역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캐리 트레이드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를 예상하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포함한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이번 금리 하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1~2022년에는 채권 발행을 통해 시장 자금을 흡수했던 HKMA가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유동성을 방치하고 있다.
저금리에 대한 기대감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헨더슨 랜드 디벨롭먼트와 선훙카이 프로퍼티 등 홍콩 주요 부동산 회사들의 주가는 HKMA 환율 개입 전인 4월 말 이후 약 20%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홍콩 달러 환율은 지난 5월 HKMA 개입 이후 하락해 현재 달러당 7.85의 하한선에 근접하고 있다. HKMA가 홍콩 달러 매입을 위해 다시 개입하면 유동성이 감소해 단기적으로 HIBOR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의 금융시장은 종종 페그제의 제약을 받는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 홍콩도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일본 연구소의 노기모리 미노루는 "달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하락함에 따라 페그 시스템은 점점 더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페그제가 여전히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는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