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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가 연 '작은 서울'... 인도 콜카타, K-컬처에 빠지다

K-드라마·팝의 '감성적 공감대', 인도 동부 문화수도 팬심 사로잡다
짜장면 즐기고 한국어 배우고… 단순 유행 넘어 일상으로 파고든 한류
인도 콜카타 칼리지 스퀘어에 자리한 K-타운 카페의 푸드트럭. 사진=텔레그래프 인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콜카타 칼리지 스퀘어에 자리한 K-타운 카페의 푸드트럭. 사진=텔레그래프 인디아
인도 콜카타가 한류에 물들고 있다. 서울에서 4000㎞ 넘게 떨어진 이 도시에 K-드라마와 K-팝은 물론, 김치찌개, 한국어, 나아가 한국식 실내 장식까지 깊숙이 파고들며 '작은 서울'과 같은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인디아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때 일부의 관심사였던 한류는 이제 콜카타의 음악, 음식, 미용, 패션, 언어 등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 K-드라마로 열린 문, 일상을 바꾸다


콜카타 한류의 첫 길목은 K-드라마와 K-팝이다. 현지 젊은 층은 '태양의 후예', '상속자들' 같은 인기 드라마를 보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방탄소년단(BTS), 세븐틴(SEVENTEEN), 엔하이픈(ENHYPEN) 등 K-팝 그룹의 긍정적인 메시지에 빠진 팬들이 세대를 넘어 늘고 있다. K-드라마의 깊은 감정선과 이야기 구조, 인상적인 배경음악(OST)은 일상에 위로를 주며 식습관과 피부 관리,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AML 분석가 수란자나 데이(25)는 2017년 '태양의 후예'를 보고 K-드라마의 세계에 빠졌다. 그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일상에 위안을 줬다"며 "K-드라마가 음식 취향부터 피부 관리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K-드라마 전문 기자 메다 센굽타(25) 역시 '상속자들'을 본 뒤 "관계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고, 한국 음식과 패션에 애정이 생겼다"고 밝혔다. 딸의 소개로 방탄소년단 팬이 된 개인 과외 교사 비지타 두타(50)씨는 "노래에 긍정적인 메시지가 가득하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한마음으로 모이는 모습에 다시 젊어지는 기분을 느낀다"고 전했다.

◇ "한국어 배우고 김치찌개 즐겨요"… 생활 속으로

한류의 인기는 한국어 학습 열풍을 이끌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K-드라마와 K-팝을 접한 스니그다 레이(24)는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해 현재 중급 수준에 이르렀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도 응시했다. 그는 "한국어 통역사가 꿈"이라며 한국행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로레토 칼리지는 올해 1월부터 한국어 자격증 과정을 열었다.

금요일 저녁, 콜카타 남부의 한식당은 짜장면과 김치찌개를 즐기는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K-푸드 트럭 'K-타운 카페'를 창업한 아비셰크 초우라시아는 "한국 음식의 대담하고 매운맛에 즉시 끌렸다"며 현지화 전략으로 고객층을 넓혔고, 최근 뭄바이에 새로운 트럭을 열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코리안 마켓 2.0' 같은 한류 축제에서는 한식 시식회, 한글 멋글씨(캘리그래피) 등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열려 현지인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지난 1월 로레토 칼리지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시르샤 싱. 사진=텔레그래프 인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로레토 칼리지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시르샤 싱. 사진=텔레그래프 인디아


◇ 패션을 넘어 생활 공간까지… 넓어지는 K-스타일


K-미용과 패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한류의 한 축이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더페이스샵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온라인 상점을 통해 인기를 끌면서, 성분 중심의 K-미용 방식은 현지 젊은 층의 유행이 되었다. 큼직한 옷과 파스텔 색조, 부드러운 화장법 등 한국 스타일은 현지 대학가의 패션을 이끌고 있다.

최근 한류의 영향력은 주거와 상업 공간까지 뻗어나간다. 최소주의, 자연 소재 활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식 실내 장식이 현지 주택, 카페, 호텔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현지 실내 장식 업체들도 한국식 가구와 소품을 적극 활용한다.

◇ 팬덤, 문화를 넘어 경제와 사회 연대로


음악에서 시작된 K-팝 팬덤은 상품, 행사, 팬클럽 활동으로 이어지며 거대한 '팬덤 경제'를 이룬다. 팬 상품(굿즈) 판매, 공연 단체 관람과 상영회, 댄스 따라 하기 대회 등 다양한 팬덤 활동이 활발하다.

현지 팬클럽 '봉고BTS'와 'BTS 벵골 아미' 등은 단순한 팬 모임을 넘어 사회 활동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봉고BTS'의 관리자 아벨 사르카르(24)는 "음악뿐 아니라 정신 건강, 인권에 대해 토론하고, 고아원 등을 위한 기부 활동도 펼친다"고 밝혔다.
'인도의 한류' 공동 저자 수리시 고시는 콜카타의 한류가 '정체성' 문제보다 '감성적 공감'과 '이야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자발적인 팬덤 문화가 성장하는 가운데, 콜카타는 'K-POP 인도 경연대회'의 지역 예선을 여는 등 한류가 공식 문화 행사로 자리 잡는 중심지 역할도 하고 있다. 한류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지인의 생활 방식과 공동체 문화까지 바꾸는 흐름으로, 앞으로 더욱 깊고 다양하게 뿌리내릴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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