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인도 루피화·태국 바트화, 11월까지 1% 미만의 완만한 강세 전망"

4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4일까지 50명 이상의 외환 전략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 신흥국 통화의 절반 이상은 강세를 유지하거나 좁은 범위 내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통화들도 올해 강한 상승분의 일부를 되돌리는 범위 내에서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연초만 해도 미국 경제의 견고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우려 등으로 인해 신흥국 통화는 올해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예외주의에 대한 기대를 거두며 달러화는 연초 이후 약세로 전환했고, 신흥국 통화의 상승 기대감이 되살아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불규칙한 관세 정책과 재정 악화 전망이 달러와 미국 자산에서 자금 이탈을 촉발하면서 달러 약세 전망에 힘을 보탰다.
ING의 크리스토퍼 터너 외환전략 총괄은 "현재로서는 달러가 다소 약세를 보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밝혔다.
그는 "달러 약세가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며, 이는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통화를 하락 시점에 매수하는 심리를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이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자산에서 자금 유출을 촉발하면서 달러화는 선호되는 자금 조달 통화로 자리 잡았다.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인 신흥시장 통화에 투자하는 방식인 ‘캐리 트레이드’는 오랫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올해 들어서도 이러한 투자 행태가 이어지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브라질 헤알화는 각각 약 6.0%와 10% 상승했다. 로이터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헤알화가 올해 남은 기간에도 그동안 상승분의 약 2%를 내주는 선에서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랜드화는 앞으로 6개월간 좁은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MUFG의 리 하드먼 수석 통화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 통화 강세 추세가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무역 혼란과 글로벌 성장에 대한 잠재적 충격 등 주의해야 할 하방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가장 약세를 보인 신흥시장 통화인 튀르키예 리라화는 향후 6개월 동안에도 달러당 39에서 42.8로 약 8% 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아시아 통화 중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내수 부진과 미국과의 관세정책·수출통제 문제로 인한 대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강력한 관리 속에 일정 범위 내 움직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 루피화, 한국 원화, 태국 바트화는 모두 11월 말까지 1% 미만으로 소폭 상승하며 안정적이고 완만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됐다.
모넥스 유럽의 닉 리스 매크로 리서치 책임자는 "단기적으로 신흥시장 통화에 가장 큰 위험은 달러에 대한 심리 반전 가능성"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약세를 예상하지만, 현재 달러가 펀더멘털 기준으로 너무 저평가된 상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