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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사일 위협과 영공 폐쇄 확산…항공업계 ‘운항 차질’에 ‘보안비용’까지 증가

지난해 12월 25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에서 발생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25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에서 발생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분쟁지역 확산으로 항공사들이 운항 경로 차질과 보안비용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인도·파키스탄 등 주요 지역의 영공이 폐쇄되거나 항로가 제한되면서 항공사들은 우회 경로 설정과 잦은 취소·지연으로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항공사 TUI 항공의 가이 머레이 보안 책임자는 “이런 환경에서 비행 계획을 세우는 일은 극도로 어렵다”며 “항공업계는 예측 가능성에 기반한 산업인 이같은 불확실성은 항상 더 많은 비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항공 정보공유 단체 OPS그룹을 설립한 마크 지는 “5년 전과 비교해 유럽-아시아 간 항공편의 경우 통상 비행 경로에서 절반 이상이 출발 전 검토가 필요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중동 상공에서는 드론과 미사일이 빈번하게 날아다니며 상업용 여객기 항로와 겹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자국 내 드론 공격이 잦아지면서 모스크바 등 주요 공항이 수시로 폐쇄되고 있으며 GPS 위치 신호를 방해하는 '스푸핑(spoofing)'이나 '재밍(jamming)'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운영·안전·보안 담당 수석부사장 닉 캐린은 3일 뉴델리에서 열린 연례회의에서 “영공은 보복 수단이 돼선 안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달 교전 발생 이후 서로의 영공을 차단했다.

항로 우회는 탄소 배출 저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라는 항공업계의 노력도 퇴색시키고 있다. 인도 저비용 항공사 인디고의 이시드르 포르케라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경로 변경은 항공사의 환경 및 효율 개선 노력을 되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위협도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에서 발생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는 러시아 방공망이 실수로 격추시킨 것으로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로이터통신 소식통들이 확인한 바 있다. 이 사고로 38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수단에서 화물기가 피격돼 승무원 5명이 숨졌다. 항공위험 컨설팅업체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스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민간항공기 6대가 피격됐으며 이와 유사한 사건도 3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갈수록 늘어나는 분쟁지역에 대응하려면 정부 간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며 “사고 통계에는 이런 무력 충돌로 인한 사고는 집계되지 않지만, 이는 항공안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항공사는 각국의 항공정보 통보문과 자문, 민간기관의 공유정보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운항 여부를 판단하지만 이로 인해 각사마다 방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싱가포르항공은 지난해 이후 싱가포르-암스테르담 노선의 유럽 진입 경로를 세 차례나 변경했다. 지난해 4월 이란-이스라엘 간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오가자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통과했고 최근 인도-파키스탄 분쟁 격화 이후에는 페르시아만과 이라크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이에 대한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폴 로이터 유럽 조종사협회(ECA) 부회장은 “IATA는 항공사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업적 압박이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이 과거가 보여준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캐린 수석부사장은 “기장과 승무원은 날씨나 분쟁지역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비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며 “대다수 항공사는 승무원이 불안감을 느끼는 항공편에 탑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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