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이 인도태평양의 세력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를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갖추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은 실재하며 임박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침공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실제 작전을 연습하고 있다”며 “미국은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유럽 국가들을 본보기로 삼아 방위력을 신속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대만 주변 해상과 공역에서 군사훈련을 확대해 왔으며 미국 국방부는 이를 ‘봉쇄 혹은 침공을 위한 리허설’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 해군과 공군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서 실전 대비 순찰 훈련을 진행했다고 중국 군이 발표하기도 했다.
헤그세스는 또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역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필리핀 등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 지역에서 이웃 국가를 괴롭히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며 국제법상 권리가 없는 섬을 불법 점거하고 군사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은 미국과 동맹국 모두에 경고 신호”라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확대하며 ‘중국이 관세 합의 위반을 했다’고 주장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며 인공지능(AI) 기술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중국의 접근도 차단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 국방부 고위 인사를 파견하지 않고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소속 대표단만 참석시켰다. 이에 대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다웨이 주임은 “미국 측 연설은 매우 적대적이며 대립적”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센터의 전직 대령인 저우보는 “훈련이 전쟁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중국은 평화통일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일본, 필리핀 등 역내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이 우리와 동맹국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하겠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을 “미국의 최우선 전략 지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억지는 싸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