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뒷마당'에서 전략적 관계 구축...무역액 2023년 4865억 달러로 급증
전문가 "미국의 리더십 퇴색...중국, 남반구 리더로 부상 중"
전문가 "미국의 리더십 퇴색...중국, 남반구 리더로 부상 중"

이러한 전략은 지난 5월 13일 중국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의 제4차 장관급 회의를 베이징에서 주최하며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이 회의는 단순히 경제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자리를 넘어, 중국이 역사적으로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지던 지역에서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였다.
중국은 21세기 초반부터 라틴아메리카를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하며 세 가지 주요 목표를 추구해 왔다. 첫째, 석유, 구리, 천연 가스, 리튬 등 천연 자원과 대두, 바나나, 커피 같은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해 자국의 에너지와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둘째,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호하고 홍보하며, 중미 국가들로부터 외교적 인정을 얻는 것이다. 셋째, 미국 주변부에서 정치적, 외교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무역액은 2000년 124억 달러에서 2023년 4865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기업의 이 지역에 대한 직접 투자액은 2003억 달러에 달하며, 중국 은행들은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약 1200억 달러를 대출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은 새롭게 중미 6개국으로부터 외교적 인정을 받아 대만을 더욱 고립시켰고, 남중국해 영유권, 대만, 홍콩, 신장 문제 등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다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중립 혹은 지지를 확보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맞서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와의 관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이 지역 국가들에게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에 동참하도록, 파나마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탈퇴 압박, 멕시코 정부의 중국 투자 수용 방해, 베네수엘라 석유 구매국에 관세 부과, 홍콩 기업의 파나마 운하 항구 지분 매각 강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주저 없이 반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CELAC 포럼 개막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지역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간섭을 용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들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차관과 투자, 정치적·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지역 정책에 대한 전례 없는 직접적 도전으로 해석한다. 중국은 지난 25년간 구축해 온 경제적 영향력과 정치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과의 강대국 경쟁을 주저 없이 펼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미국의 대안 세력으로 지지하고 있어 성공 가능성도 높다.
무역전쟁은 오히려 중국에게 국제 무대에서 주요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남반구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오랜 헤게모니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라틴아메리카 역사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고 있으며, 중국의 부상과 함께 이 지역에서 미국의 독보적 리더십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