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 이스탄불서 '전제조건 없는 협상' 제안에 키예프 반응 주목
서방, 30일 휴전 요구 속 제재 위협과 협상 기회 두고 갈등
서방, 30일 휴전 요구 속 제재 위협과 협상 기회 두고 갈등

푸틴은 크렘린 기자회견에서 오는 5월 15일 이스탄불에서 "전제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와 직접 회담을 열 것을 제안했다.
푸틴은 이번 회담이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키예프가 전제조건 없이 직접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며 "15일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사적 압력과 유럽 강대국들의 거듭된 경고 속에 나온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지도자들이 전날 5월 12일부터 무조건적인 30일 휴전을 요구하고, 러시아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푸틴은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 타격 중단, 부활절 휴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72시간 휴전 등 여러 휴전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5월 휴전 기간 중 우크라이나가 524대의 공중 드론, 45대의 해상 무인 항공기, 다수의 서방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낳고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간 가장 심각한 대립을 촉발했다. 푸틴은 이번 침공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스크바 영향권 침범으로 러시아가 받은 굴욕감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해 왔다.
푸틴은 특히 2022년 러시아 침공 직후 양국이 협상했던 협정 초안을 언급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이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으로부터 국제 안보를 보장받는 대가로 영구 중립에 동의해야 한다.
푸틴은 "2022년 협상을 결렬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었다. 키예프였다"며 "러시아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또한 이날 늦게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 촉진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이를 통해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의 제안은 테이블 위에 있으며, 결정은 이제 우크라이나 당국과 그들의 큐레이터들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병력을 증강시킨 푸틴은 전쟁 종식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 포기와 러시아가 주장하는 4개 지역에서의 군대 철수를 요구해 왔다.
러시아 관리들은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에 대한 통제권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가 중립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모스크바는 키예프의 EU 가입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평화주의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혈사태"를 끝내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최근에는 이 문제로 잠을 설칠 정도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해졌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유럽 지도자들은 이번 침공을 제국주의적 영토 강탈로 규정하고 러시아군을 패배시키겠다고 거듭 맹세해 왔다.
키예프는 푸틴의 이번 제안에 대해 11일 아침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향후 우크라이나의 반응과 서방의 대응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