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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쌀값 천정부지에도 대책 못 내놔...관세 협상·농민 표심 '이중고'

일본의 쌀 농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쌀 농가. 사진=로이터
일본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쌀값 고공행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관세안 협상과 농민 표심 이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타개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는 `11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자동차를 위해 농업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산 쌀 수입 확대 가능성에 대해 “하나의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 일본 쌀이 더 큰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며 생산력 향상을 위한 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쌀 폭등 사태를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이런 입장이 나왔음에도 일본 쌀값 폭등 사태는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 주 일본 농림수산성은 수퍼마켓의 쌀 가격이 17주 연속 신고점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에 의하면 4월 21일부터 27일에 일본 전국의 슈퍼에서 판매된 쌀 5㎏의 평균 가격은 4233엔(약 4만1120원)이었다. 일본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상 고온 등에 따른 쌀 공급 부족과 가격 고공행진으로 이른바 ‘레이와의 쌀 소동’이 빚어졌다. 일본 내 쌀값이 기록적인 폭등을 계속하는 것은 1993년 냉해에 따른 ‘헤이세이 쌀 소동’이후 처음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본 정부가 쌀 감산을 압박한 것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농민단체 노민렌(농민운동전국연합회) 후루사토네트워크에 따르면 매년 10만t씩 수요 감소를 내세워 일본 정부가 농민에 지속적인 쌀 감산을 압박, 2022~2023년에만 쌀 생산량을 39만7000t이나 줄여 쌀 부족이 누적됐다. 노민렌은 “정부 예상과 달리 2023년산 쌀 수요량은 전년 대비 14만t이나 늘어난 705만t이었지만 민간 재고량은 2024년 6월 153만t으로 사상 최고치까지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잘못된 수급 정책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 사재기가 문제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여러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민간 유통망에 한국산 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8일 농협중앙회 일본사무소는 하다노농협 직매장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농협쌀 판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 농협쌀이 일본농협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한국 농협은 4월 일본에 수출한 쌀 2t이 온라인 시장에서 완판되었으며 추가 20t을 수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축미 등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으면서 쌀값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FNN뉴스는 “3월 입찰로 낙찰된 비축미 약 21만t 중 4월 13일까지 4주간 소매업자에게 인도된 것은 전체의 약 1.4%에 불과했다”면서 “가정 내 쌀 도난 사고가 급증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팎으로 해결책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일본 정부도 뚜렷한 방법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 폐지를 위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2차 장관급 협상에서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 안전 심사 기준 일부 완화, 옥수수·대두(콩)와 쌀 무관세 수입(미니멈 액세스) 확대 등을 미국 쪽에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 즉각 반발이 빗발쳤다. 닛케이는 수입 쌀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일본 농가의 경영이 악화하고, 결국 자국 생산이 감소해 장기적으로 일본에 부메랑이 된다는 논리로 자민당 내부에서 쌀 시장 보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대내외로 타개책이 없는 모양새다.

더욱이 다가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농민 표를 의식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있다. 농촌 지역은 자민당의 주요 표밭인데다, 야당과 정면 승부를 겨뤄야 하는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들이 많아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쌀에 손을 대면 자민당 정권이 무너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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